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헤드헌터를 만나면 꼭 분통 터지는 말을 듣는다. 내 경력을 보며 "너무 자주 옮겼고,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성이 없어 보인다"고 하는 것이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평가부터 하는 태도도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별로인 사람처럼 느껴져 주눅이 들었던 적도 많다.

돌이켜보면 나는 몇 회사를 제외하면 2~3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겼다. 그렇다고 회사를 대충 다닌 적은 없다. 늘 영원히 다닐 것처럼 일했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았을 뿐이다. 무모할 만큼 용감했고, 논리는 따졌지만 결국은 "해보고 싶다"는 감정을 따라갔다. 연봉이나 직급을 계산해 움직인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깎고 간 적도 있고, 그 대신 다른 걸 얻을 수 있었다. 내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더 중요했다.

[CEO 일기장 훔쳐보기] 프로 이직러들이여, 자랑스러워하라 : 6개 산업을 넘나든 생존력의 비밀
"돌이켜보면 나는 몇 회사를 제외하면 2~3년에 한 번씩 회사를 옮겼다. 늘 영원히 다닐 것처럼 일했다. 다만 기회가 왔을 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잡았을 뿐이다." ⓒ허프포스트코리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항상 좋은 결정만 했던 건 아니다. 거지같은 결정도 분명히 있었다. 대부분은 금방 알았다. 아, 잘못됐다. 그러면 뼛속부터 후회가 올라왔고, 원래도 자책이 많은 성격이라 결정의 과정을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끝없이 되짚었다. 그때 알았다. 좋은 선택만 하며 사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그러면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중요한 건 그때의 결정이 아니라, 그 이후를 어떻게 가져가느냐다. 잘못된 선택을 "완전히 망한 선택"으로 둘지, 아니면 "그럭저럭 괜찮은 선택"으로 바꿀지는 결국 내가 만든다. 최선은 아니더라도 최악은 아니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거지같은 결정을 했을 때 더 악으로, 깡으로, 어떻게든 중간 이상은 가보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성과는 나왔고, 경력은 이어졌다.

오랫동안 사회는 "이직=충성심 없음"이라 여겨왔다. 한 회사에 오래 있어야 믿을 만하고, 이리저리 옮기면 신의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뿌리깊었다. 하지만 정작 오래 다닌 사람도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그렇게 쉽게 정리되곤 한다. 

이직과 충성심은 애초에 별개의 문제다. 한 산업, 한 회사에 오래 있으면 전문성은 생긴다. 맞다. 그런데 변화가 빠른 시대엔 그 전문성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여러 산업을 거치며 쌓은 감각과 방식, 환경이 바뀌어도 작동하는 힘, 낯선 상황에서도 버텨내는 근육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나는 오히려 그런 것이 내 경쟁력이 됐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보기엔 흩어진 경력일지 몰라도, 내 안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다.

이 시대에 더 나은 성장과 기회를 위해 움직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여전히 "온 지 얼마나 됐다고", "회사가 투자한 게 얼만데" 같은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기준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조직의 미래는 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말해주고 싶은 건, 너무 죽도록 애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단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만회하겠다고 끝까지 버티는 게 항상 답이 아니다. 적당히 해보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는 것도 선택이다. 세상에 "절대로" 안 되는 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는 어디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적이 없다. 결국 중요한 건 이직 자체가 아니라, 이직을 통해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그건 부끄러운 경력이 아니라 꽤 자랑스러운 생존력이다.

그러니 프로 이직러들이여, 자랑스러워하길. 우리는 시도했고, 계속 살아남은 사람들임을.

글쓴이 조정열 전 에이블씨엔씨 대표이사는 K옥션, 갤러리현대, 쏘카, 한독, 에이블씨엔씨에 이르기까지 10년 넘게 예술, IT 플랫폼, 제약, 소비재 산업을 넘나들며 전문 경영인으로 일했다. 1991년 동서리서치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마케팅 사관학교' 유니레버와 로레알 한국 지사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을 담당하며 10년을 보냈다. 이후 MSD 한국 지사 사업부 담당, 피자헛 한국 지사 마케팅 담당으로 일하며 대표가 되기 전 10년간 임원 생활을 했다. 현재는 후배 경영인과 직장인의 멘토로, 예술계와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아트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전략보다 '지금, 여기'였다>가 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결국 눈물 흘린 신지 : 상상도 못 했다…5월 결혼 앞두고 ♥7살 연하 문원과 뜻밖의 근황 공개
  • 2 서울구치소 수감된 윤석열 8개월간 받은 영치금 액수 : 이재명 대통령 연봉의 4.6배
  • 3 길 걷던 중학생에게 다가가더니 망치로… 40대 남성이 대낮에 ‘아들뻘’ 내리친 이유 : 듣자마자 탄식 탁 터져 나온다
  • 4 시그널 시즌2 다 찍고 터진 ‘소년범’ 논란에 은퇴 선언한 조진웅 근황 : 깜짝 목격담이 한국 밖에서 튀어나왔다
  • 5 '대구 신천 캐리어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딸과 사위의 사연 : 안타까움 숨길 수 없다
  • 6 대구 신천 ‘캐리어 시신’ 사건의 전말이 알려졌다 : 딸과 사위가 경찰에 체포됐다
  • 7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의 엄마와 딸, 사위 모두 지적 장애인 : 약자임에도 '부정적 인식'의 대상
  • 8 “돈까스 먹고 싶어” 새벽에 아빠 손 잡고 나섰던 김창민 감독 아들 근황 : CCTV 속 참담한 장면에 숨이 턱 막힌다
  • 9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10 KT 대표 된 박윤영 작심한 듯 직전 인사 뒤집고 임원 30% 날렸다, '인사 칼바람' 부른 통신 공룡의 'AI 경쟁력 추락'

허프생각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초대형 무도회장 짓는 트럼프의 '공간 파괴' 정치 : 어딘가 많이 익숙하다

주인이 아니라 관리인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미국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을 보냈다
    글로벌 "미국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을 보냈다

    미국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 대우건설 김보현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씨저널&경제 대우건설 김보현 해외 원전 '슈퍼 사이클' 올라타나, '글로벌인프라본부' 신설해 체코·미국·베트남 원전 건설 노린다

    글로벌 원전 기업으로 첫발

  • 주호영 의원, 'TK 통합' 두고 김민석 총리에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뉴스&이슈 주호영 의원, 'TK 통합' 두고 김민석 총리에 "언제부터 국민의힘 반대에 그렇게 신경썼냐"

    양쪽 모두 할 말 있겠다

  • 포스코이앤씨 송치영에게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씨저널&경제 포스코이앤씨 송치영에게 실적 턴어라운드보다 중요한 것 '중대재해 0', 달성 못하면 기업가치 '구조적 훼손' 불가피

    '사망자 0명'에 목숨 걸어야

  •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씨저널&경제 신세계그룹 3조 투입된 'G마켓 일병 살리기' 총력, 멤버십 혁신에 물류협력 더해 체질 개선 승부수 던졌다

    '꼭' 살려야 한다

  •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씨저널&경제 신한금융그룹과 비자의 '40년 혈맹' 기술협력까지 격상된다 : 진옥동 비자 사장 만나 디지털 분야 협력 논의

    신한카드의 역사가 비자와의 협력 역사

  • 이번 주말 벚꽃 엔딩 : 벚꽃 축제 어디로 갈까?
    라이프 이번 주말 벚꽃 엔딩 : 벚꽃 축제 어디로 갈까?

    인생 사진 건져보자.

  • 박상용 검사가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뉴스&이슈 박상용 검사가 국정조사에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 녹취 추가공개 “좀 지나면 이화영은 나갈 것”

    대한민국 검사

  • [CEO 일기장 훔쳐보기] 프로 이직러들이여, 자랑스러워하라 : 6개 산업을 넘나든 생존력의 비밀
    보이스 [CEO 일기장 훔쳐보기] 프로 이직러들이여, 자랑스러워하라 : 6개 산업을 넘나든 생존력의 비밀

    "전문성 부족"이라는 꼬리표에 대하여

  • LG에너지솔루션 B2B 플랫폼 합류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전기차 캐즘' 속 또다른 돌파구 찾았다
    씨저널&경제 LG에너지솔루션 B2B 플랫폼 합류하며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전기차 캐즘' 속 또다른 돌파구 찾았다

    ESS에 소프트웨어 경쟁력 더한다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