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준의 '벚꽃 엔딩'이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이번 주말 전국은 그야말로 벚꽃이 만개한다.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혹은 혼자 걷는 길이라 해도 좋다. 벚꽃 앞에 서면 누구나 주인공이 된다. 설레는 봄의 정점을 찍는 이번 주말 전국의 주요 벚꽃 축제들을 정리했다.
3월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개화하기 시작한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벚꽃 축제인 대표 주자인 '여의도 봄꽃축제'는 7일까지 상춘객을 맞이한다. 국회 뒤편 여의서로(윤중로)를 따라 약 1.8km 구간에 걸쳐 1886그루의 왕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마치 거대한 벚꽃 지붕 아래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하얀 벚꽃과 넓은 한강이 마주 보고 있는 이곳은, 노을 지는 한강을 배경으로 흩날리는 벚꽃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서울 송파구 호수벚꽃축제 시작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이 벚꽃 아래 휴식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잔잔한 물결 위로 벚꽃을 감상하고 싶다면 11일까지 열리는 '서울 송파구 호수벚꽃축제'가 제격이다. 약 2.5km에 달하는 호수 산책로 전체가 1000여 그루의 왕벚나무로 덮여있다. 호수를 따라 분홍색 띠가 둘러진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밤에는 조명을 받은 벚꽃이 어두운 호수 물결에 반사되면서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의 성(Castle)들과 세계적인 높이를 자랑하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벚꽃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2일 서울 서초구 양재천에 벚꽃이 피어 있다. 2026.4.2 ⓒ연합뉴스
야간 조명이 선사하는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는 19일까지 이어지는 '서울 양재천 벚꽃 등(燈) 축제'가 제격이다. 이곳은 LED 경관 조명을 활용해 벚꽃의 색감을 다채롭게 변화시키는 것이 특징인데, 어두운 밤하늘 아래 빛을 머금은 벚꽃은 마치 등불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양재천 벚꽃길 바로 옆에는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산책을 즐기다 힘들면 테라스에 앉아 꽃을 감상하기에도 좋다.
역동적인 풍경을 선호한다면 5일까지 열리는 '서울 서대문 봄빛 축제'를 추천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인공 폭포인 홍제폭포를 배경으로 흐드러진 벚꽃을 한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홍제천 바로 옆에 위치한 안산에는 약 3000그루의 왕벚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분홍색 구름처럼 덮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또 홍제천 변을 따라 조성된 벤치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꽃구경을 할 수 있다.
꽃구경과 바다 구경을 동시에 하고 싶다면 4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되는 '강릉 경포 벚꽃축제'로 떠나보는 것도 좋다. 경포호를 빙 둘러싸고 있는 약 4.3km의 산책로가 온통 벚꽃이다. 잔잔한 호수 물결에 벚꽃이 비치는 모습이 마치 거대한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벚꽃길을 따라 걷거나 드라이브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해 바다와 만난다. 특히 밤이 되면 경포호 주변에 화려한 조명이 켜지며 벚꽃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3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송암리 일원에 벚꽃이 활짝 펴 있다. 이곳에서는 오는 4∼5일 '2026 양양 남대천 벚꽃축제'가 열린다. ⓒ연합뉴스
강원 영동 지역의 또 다른 명소인 '양양 남대천 벚꽃축제'도 이번 주말 절정을 맞이한다.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남대천 물줄기를 따라 길게 이어진 벚꽃길은 평탄한 산책로 덕분에 여유로운 보행이 가능하다. 남대천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물 위에서 꽃구경을 하거나, 밤 조명이 켜진 수변 산책로를 걷는 것이 이곳만의 묘미다. 인근 낙산사와 송이조각공원을 함께 둘러보며 동해의 봄을 만끽하기에 좋다.
'제천 청풍호 벚꽃축제'는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힌다. 금성면에서 청풍면까지 이어지는 약 13km의 청풍호반 도로 양옆으로 수령 30년 이상의 왕벚나무 수천 그루가 줄지어 서 있다. 꽃비를 맞으며 운전하기 좋다. 청풍호반 케이블카를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호수를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분홍빛 벚꽃 띠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벚꽃과 돌담길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경주 대릉원돌담길 축제'를 추천한다. 대릉원을 감싸고 도는 긴 돌담길을 따라 왕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룬다. 오는 5일까지 대릉원 돌담길 구간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돼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도심 테마마크 속에서 벚꽃을 즐기고 싶다면 '대구 이월드'를 추천한다. 83타워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조성된 벚꽃 터널은 밤이 되면 조명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야경을 선사한다. 벚꽃 아래 놓인 빨간 2층 버스, 타워 전망대에서 감상하는 벚꽃 군락은 대구의 봄을 만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풍경이다.
진해군항제가 열리고 있는 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벚꽃길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올해 진해군항제는 오는 5일까지 열린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벚꽃의 성지 '진해 군항제'가 이번 주말 막을 내린다. 36만 그루의 왕벚나무가 터뜨리는 하얀 꽃송이들은 가히 압권이다. 도시 전체가 하얀 눈에 덮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발길 닿는 모든 곳이 벚꽃 명소가 된다. 그 중에서도 로망스다리의 꽃터널과 경화역의 철길이 유명하다. 평소에는 일반인이 출입할 수 없는 해군사관학교와 해군진해기지사령부가 축제 기간에만 개방된다.
전국적으로 벚꽃이 만개하는 이번 주말 벚꽃 축제는 '꽃 반 사람 반'일 만큼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한 곳을 피해 여유롭게 꽃구경을 즐기고 싶다면 도심 속 숨은 명소들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먼저, 하천을 따라 길게 이어진 '우이천 벚꽃길'은 서울 강북구 쌍문동의 대표 벚꽃 명소다. 흐드러진 벚꽃 터널 아래 산책로 곳곳에 그려진 정겨운 둘리 벽화와 화려한 야간 음악분수가 어우러져, 도심 속에서도 낭만적인 꽃비를 만끽하기에 좋다.
29일 서울 은평구 불광천 인근에서 열린 2026 은평 불광천 벚꽃마라톤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출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의 '불광천 벚꽃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응암역부터 길게 이어져 환상적인 꽃터널을 선보인다. 조금 더 고즈넉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진관사와 은평한옥마을 인근을 추천한다. 북한산 자락의 정취와 기와지붕 위로 흩날리는 벚꽃이 어우러져 불광천과는 또 다른 봄 풍경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경기 고양시 삼송의 '창릉천 벚꽃길'은 북한산의 절경을 배경으로 삼송역에서 덕수근린공원까지 길게 이어진다. 낮에는 화사한 꽃비가 내리고 밤에는 낭만적인 조명이 벚꽃을 비춘다.
30일 오전 광주 북구 양산호수근린공원에 벚꽃이 만개해 있다. [광주 북구 제공]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북구 양산동에 위치한 양산호수근린공원은 주민들 사이에 입소문이 난 벚꽃 명소다. 호수 테두리를 따라 조성된 산책로가 약 1km 내외 가볍게 한 바퀴 돌기 딱 좋다.
꽃이 다 지기 전에 서두르자. 벚꽃길을 걸으며 올해 최고의 인생 사진 한 장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