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맞닿은 드넓은 조선소에서 거대한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업’이야말로 여러 산업군 가운데 가장 ‘노동집약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수많은 노동자가 직접 용접해 선체를 만들고 각종 배관과 설비를 설치하는 등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공정이 촘촘하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사를 보유한 HD현대그룹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지컬 인공지능(AI)’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조선소를 넘어 로봇이 직접 선박 건조시설을 누비는 환경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HD현대그룹에서 피지컬 AI를 현실화하기 위한 첨병 역할은 로봇 계열사 HD현대로보틱스가 담당한다.
HD현대로보틱스는 지능형 양팔로봇 개발을 시작으로 2족 보행 기술을 탑재하는 더욱 완성도 높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바라보며 제조 현장의 자동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HD현대로보틱스가 자체 개발해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6'에서 공개한 '지능형 양팔로봇'의 모습. ⓒHD현대로보틱스
HD현대로보틱스는 2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6’에 참가해 개발하고 있는 지능형 양팔로봇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지능형 양팔로봇은 두 팔과 다섯 손가락 등 인간의 상체와 유사한 구조를 갖춘 피지컬 AI 기반 로봇이다. HD현대로보틱스는 제한된 구역에서 정형화된 작업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기존 산업용 로봇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능형 양팔로봇을 개발한다.
HD현대로보틱스가 두 팔과 손의 작업 능력에 중점을 둔 상반신형 구조를 먼저 채택한 것에는 이 구조를 활용해 정밀작업 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일선 제조 현장에 최적화한 로봇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이번에 선보인 지능형 양팔로봇의 두 팔은 각각 7kg의 가반하중과 630mm의 작업 반경을 갖췄다. 가반하중은 로봇이 물체를 들어 올리고 정밀하게 이동시킬 수 있는 최대 무게를 말한다. 이 로봇은 사람의 손과 같은 다섯 손가락 구조를 통해 실제 사람이 물체를 쥐고 옮기는 것처럼 정교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9월 지분 투자한 로봇 센서 전문기업 에이딘로보틱스와 협업으로 힘·촉각 센서 기술을 고도화해 지능형 양팔로봇의 성능을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지능형 양팔로봇에 휠형 이동 플랫폼을 결합하고 이후에는 2족 보행 기술까지 확보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HD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지능형 양팔로봇의 개발은 산업 현장에 피지컬 AI 기술을 접목하고 로봇의 활용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시발점”이라며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피지컬 AI 로봇 기술 선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