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골프장 방문으로 국정 운영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공공 골프장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한 골프장을 '쓰레기 섬(Trash Island)'이라고 부르며 세계적인 수준의 골프장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사라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으며, 갈등은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7월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의 워싱턴 기념탑 전망대에서 바라본 이스트 포토맥 공원의 모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6년 10월 18일 수도 워싱턴 DC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공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사업은 이미 치열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AFP/연합뉴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각) 워싱턴 DC의 이스트 포토맥 골프 링크스(East Potomac Golf Links)를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졌다고 보도했다.
이 골프장은 백악관에서 남쪽으로 약 3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106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이 관리하는 워싱턴 DC의 공공 골프장 세 곳 중 하나다. 별도의 회원권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이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세계적인 골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시설로 탈바꿈시키겠다며, 오는 11월 15일부터 골프장을 폐쇄하고 약 15개월간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골퍼들은 시설 개선 자체보다 골프장의 고급화가 가져올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이스트 포토맥 골프 링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호화 회원제 골프장과는 거리가 멀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화려한 라커룸 대신 푸드코트 형태의 식사 공간 등을 갖춘 소박한 시설이다. 그러나 저렴한 이용료와 뛰어난 접근성 덕분에 지역 주민들에게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
골프장 이용객들은 대규모 개보수로 인해 저렴한 이용료와 대중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18홀을 29달러(약 4만원)에 이용할 수 있어, 골프 입문자부터 숙련된 골퍼까지 폭넓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용객들은 골프장이 고급화될 경우 이용료가 크게 올라 기존 이용자들이 발길을 끊게 될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골프장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BBC 보도에 따르면, DC 보존연맹과 골프장 이용객 2명은 트럼프 행정부의 재개발 계획을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0월1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 헤인스 포인트 인근 이스트 포토맥 골프 링크스에서 한 골퍼가 벌목된 나무들 옆에서 골프를 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인 18일 수도 워싱턴 DC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공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사업은 이미 치열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AFP/연합뉴스
특히 이달 들어 정부가 법원과 원고 측에 사전 통보 없이 골프장 내 나무를 대규모로 제거하면서 갈등이 더욱 격화됐다.
이에 연방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최소 오는 26일까지 재개발 작업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원의 공사 중단 명령에도 불구하고 오는 11월부터 골프장을 폐쇄하고 개보수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트 포토맥 골프장은 세계적인 명문 골프장으로 탈바꿈시켜야 할 낡은 시설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누구나 부담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6월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의 이스트 포토맥 골프 링크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프장 설계자 톰 파지오(왼쪽 두 번째), 더그 버검 내무장관(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18일 수도 워싱턴 DC에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공공 골프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해당 사업은 이미 치열한 법적 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AFP/연합뉴스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구상과 100년 넘게 이어진 공공 골프장의 가치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반발이 맞서면서, 재개발의 향방은 법원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일가가 운영하는 기업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다수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잦은 골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취임 후에는 더 자주 골프를 즐긴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중잣대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