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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소방이 재정 빨대" 발언을 둘러싼 논란의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추 지사의 거친 언사였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무늬만 국가직’인 소방공무원 인건비 구조와 악화되는 지방 재정의 구조적 모순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논란의 뿌리를 찾아서 : 국가직 전환된 소방관, 인건비 90% 지방이 부담한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 부천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 영결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관들의 신분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막대한 인건비와 사업비를 지방정부가 떠안고 있는 기형적 재정 구조가 이번 논란의 진짜 본질이라는 분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방 예산을 두고 '재정 빨대'라 표현한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향해 "도민 혈세를 빨아먹는 재정 빨대는 추 지사 본인"이라며 "국민의 안전을 지킬 생각이 없다면 당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추 지사에 대한 당의 입장에 대한 질문에 "지금은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국민의 맘이 풀릴 때까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원들 일각에서 추 지사에게 징계를 내리거나 출당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빠르게 논의에 착수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추 지사의 발언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기류가 강하다. 추 지사가 지난 17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고(故) 김진석 소방위 빈소를 조문한 뒤 "사과를 바라시니 사과드린다"라고 말하자 이를 계기로 비판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논란의 뿌리를 찾아서 : 국가직 전환된 소방관, 인건비 90% 지방이 부담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추 지사의 사과가 적절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소방 관련 재정 부담이 지방에 집중된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정부 본예산 편성 기준 시·도 소방 인건비는 6조5129억원으로 이 가운데 국비는 5496억 원(8.4%)에 그쳤다. 국가공무원인 소방관의 인건비를 지방이 90% 이상 부담하는 셈이다. 더구나 정부가 편성한 2027년 예산안에 포함된 지방정부의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등을 지원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7605억 원으로 2026년(1조503억 원)보다 27.6%나 줄었다.

추 지사의 발언도 이러한 소방 재정 구조를 둘러싼 질의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추 지사는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 재정에서 국비가 차지하는 비중 자체를 높여야 된다. 세원만 조절하면 또 다른 충돌이 온다"는 지적에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 인건비만 하더라도 2027년도에 1조1천억 원을 잡아먹게 된다"고 말했다.

추 지사의 발언은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대부분 부담하는 현행 제도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시각을 반영한 것이다. 소방 재정의 부담을 지방정부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재정 책임을 얼마나 분담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2020년 4월 시행됐다. 지역별 소방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대형 재난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신분을 국가직으로 일원화한 것과 달리 인건비와 소방 조직 운영에 필요한 재정 부담은 여전히 지방정부에 집중돼 있다. 국가직이라는 신분과 달리 재정 책임은 지방에 남겨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1월 발표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5년, 실질적 국가 책임 강화해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소방 재정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가 부담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가의 재정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국회입법조사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 안전관리 강화 등에 대한 재원 확충을 위해 도입됐고, 2020년 소방직 국가직화와 연계해 신규 채용되는 약 2만 명의 인건비에 소방안전교부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증가하는 인건비를 감안할 경우 재원 규모의 적정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소방안전교부세의 재원이 되는 담배 개별소비세의 규모는 정체되고 있어 소방안전교부세의 인건비 부담의 적정성, 인건비 우선 사용에 따른 소방 및 안전시설 확충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올해 1월 낸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의 취지는 달성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에서도 "국가의 책임을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인건비 부담 완화를 통해 확보된 지자체의 재정 여력은 노후 장비 교체, 청사 현대화 등 소방 서비스 고도화에 투자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결국 이번 추 지사 발언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을 넘어,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재정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민주당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명칭의 변화에 머무르지 않도록 필요한 입법과 예산 확보에 힘쓰겠다"며 "국가의 재정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지역 현장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전국 어디서나 동등한 수준의 근무환경과 소방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도록 조직·인사·예산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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