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특허법인 건물 두 곳에 잇달아 불을 지른 70대 이아무개씨가 4년 전에도 같은 건물에서 방화를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이씨가 원한을 해소하는 동시에 사회적 관심을 끌기 위해 방화를 반복적으로 선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건물 두 곳에서 연달아 방화한 혐의를 받는 70대 남성 이씨(왼쪽),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 화재 현장. ⓒ연합뉴스
서울 수서경찰서는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양빌딩과 신명빌딩에 잇달아 불을 지른 이씨를 상대로 20일 2차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으며 조만간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1차 피의자 신문에서 범행 사실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허위 특허등록증을 발급하는 등 자신에게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이들에게 겁을 주고 이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개인적인 원한과 사회적 관심을 끌려는 욕구가 방화로 이어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60대 원아무개씨는 지난해 5월 서울 지하철 5호선에 불을 질러 자신을 포함한 승객 약 160명을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원씨는 아내와의 이혼소송에서 패소한 데 따른 분노로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역시 경찰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불을 지르면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을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2008년 국보 1호였던 숭례문에 불을 지른 사건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당시 70대였던 채아무개씨는 토지 보상금 문제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던 채씨는 자신의 불만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숭례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사회적 상징성이 큰 문화유산에 불을 지르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이번 역삼동 방화의 이씨는 과거에도 같은 건물에서 방화를 시도한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이씨는 4년 전 특허법인 직원에게 휘발유를 뿌리며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4월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방화가 특정 대상에 대한 복수심과 사회적 주목을 얻으려는 욕구가 결합한 범행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미국 법정정신의학회 저널(JAAPL)이 2012년 발표한 방화범 관련 문헌 검토에 따르면, 방화 동기 가운데 가장 흔하게 나타난 것은 복수였다. 이와 함께 주변의 관심을 끌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수단으로 불을 지르는 이른바 ‘소통형 방화’ 사례도 보고됐다.
이와 함께 JAAPL은 과거 방화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처벌과 함께 정신건강 평가를 실시하고, 인지행동치료와 분노조절 교육, 재발 방지 프로그램 등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