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에는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우량 상장기업들이 다수 존재하지만 대부분 본질가치 대비 큰 폭으로 저평가돼 거래되고 있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바라보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현주소다. 투자대상기업의 이런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얼라인이 최근 점찍은 대상은 SK다.
얼라인은 SK그룹 지주사 SK가 큰 폭으로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력적 투자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중(중첩) 할인’ 구조 탓에 막대한 영업이익을 내는 손자회사 SK하이닉스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SK의 자회사이자 SK하이닉스의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선례를 따라 SK가 새로운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에서 저평가 요인을 제거할 중장기 청사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SK 지분 1.5%를 보유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SK하이닉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중 할인' 구조를 지적했다. ⓒSK
이창환 얼라인 대표는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투자 콘퍼런스 ‘13D 모니터 인베스터서밋’의 투자 아이디어 발표 세션에서 SK의 투자 매력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얼라인이 운용 또는 자문하는 펀드를 통해 SK 지분 1.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공개하면서 SK가 우수한 실적과 세계적 수준의 AI 사업 기반을 보유했음에도 내재가치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얼라인에 따르면 16일 종가 기준 SK 시가총액 24조9천억 원은 SK하이닉스의 가치를 절반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SK가 SK스퀘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한 SK하이닉스 지분은 6.5%로 이 지분율에 따라 SK가 간접 보유한 SK하이닉스의 가치는 60조 원 수준이다.
이 대표는 SK가 일반적 지주사 할인 요인에 더해 중간 순수 지주사인 SK스퀘어를 거치며 SK하이닉스라는 핵심 자산에 관한 할인이 두 차례 중첩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대표는 “여러 단계에 걸친 계열사 소유는 국내에서도 흔하지만 핵심 자산(SK하이닉스)과 최상위 지주사 사이에 이처럼 사실상 하나의 자산만을 보유한 순수 상장 중간 지주사가 존재하는 것은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지분가치가 SK스퀘어와 SK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각각 할인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중 할인에 따라 큰 폭으로 저평가된 SK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오히려 매력적 투자 기회라고 봤다. 다만 SK가 앞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새로운 밸류업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SK스퀘어의 밸류업 계획을 우수한 선례라고 평가했다. SK스퀘어는 2024년 밸류업 계획에서 순자산가치(NAV) 대비 시장가격의 할인율을 50%까지 축소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채택했고 목표를 조기에 달성함에 따라 지난해 신규 계획을 통해 NAV 대비 할인율 목표치를 30% 이하로 강화했다.
또 SK스퀘어는 할인율이 높은 구간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할인율에 연동된 경영진 보상체계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얼라인은 SK스퀘어의 NAV 대비 할인율이 밸류업 계획 이전 61.4%에서 45.2%로 낮아진 것은 SK스퀘어의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얼라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SK의 2024년 첫 밸류업 계획에는 명시적 NAV 대비 할인율 목표가 담겨 있지 않지만 이후 국내에서는 세 차례의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가 도입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여러 제도적 변화가 이뤄졌다”며 “이런 변화와 SK스퀘어의 선례를 바탕으로 SK가 의미 있고 실효성 있는 밸류업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SK 지분 1.5%를 보유한 목적이 당장 공개서한을 발송하거나 주주제안을 하는 등의 주주행동주의 캠페인을 개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날 SK 주식은 전날보다 11.68% 뛴 47만8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의 지분 확보 소식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