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외국인 명품 소비에 기대온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국인 소비가 매출 증가를 이끌었지만 최근 객단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성장 동력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롯데쇼핑은 백화점이 전체 영업이익을 떠받치는 구조여서 부담이 더 크다.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에게는 외국인 고객의 소비 영역을 넓히는 한편 내국인 수요를 확보해 안정적 매출 기반을 마련하는 과제가 놓였다.
정현석 롯데쇼핑 백화점부문 대표가 외국인 명품 소비 둔화에 대응해 내수 고객 확보와 상품군 다변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롯데쇼핑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업계의 성장세가 외국인 명품 소비 호조 이후 둔화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상반기 외국인 명품 소비가 백화점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이후 성장세가 약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11월 소비심리와 12월 기존점 매출을 향후 업황을 가늠할 주요 지표로 꼽았다.
백화점 3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도 한 달 전보다 모두 낮아졌다. 외국인 명품 매출 증가율과 외국인 매출 기여도가 8~9월 낮아진 데다 원화 강세로 외국인의 구매 부담이 커지고, 주가 조정으로 내국인의 자산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세계는 1712억원으로 71.5%, 현대백화점은 871억원으로 19.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한 달 전보다 각각 1.4%, 4.2%, 7.2%낮아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에서도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지난 7월 17.9%에서 8월 11.9%로 낮아졌다. 명품 매출 증가율도 같은 기간 28.9%에서 15.6%로 둔화했다. 객단가 증가율은 8.1%에서 1.4%로 낮아진 반면 구매 건수 증가율은 9.1%에서 10.5%로 높아졌다.
구매 건수가 늘어도 객단가 상승세가 약해지면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외국인 소비 증가세를 대신할 내국인 수요와 비명품 상품군의 매출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백화점업계의 과제로 떠오른 배경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매출 규모가 큰 만큼 소비 둔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은 6400억 원으로 신세계백화점의 5800억 원과 현대백화점의 약 5천억 원을 웃돌았다. 외국인 명품 매출은 130%, 패션 매출은 135% 증가했다. 명동 본점의 K패션 전문 공간 ‘키네틱 그라운드’는 외국인 고객 매출 비중이 약 70%에 이른다.
물론 롯데백화점은 점포와 상품 구성을 바꿔 내국인 고객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노원점은 매장 면적의 약 80%를 재단장해 K패션과 뷰티, 스포츠, 프리미엄 식품 등으로 상품 구성을 바꿨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늘었고 신규 고객은 5만 명 증가했다. K패션 전문관 매출도 35% 늘었다.
다만 신규 고객 유입이 반복 구매와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야 한다. 점포 개편으로 방문객을 늘리는 것과 백화점 전체의 내수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점포별 개편 성과를 지속적 구매로 연결하고, 명품 외 상품군의 매출 기반을 키워야 외국인 소비 변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장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메리츠증권은 유통산업 분석 자료에서 백화점의 성장 전략으로 고정고객의 재방문과 재구매를 통한 객단가 상승을 제시했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분석 리포트에서 “고정 고객의 재방문율 상승은 재구매율과 객단가 상승,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며 "이 고객이 전체 고객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매출 기여도는 높다"고 말했다. 상품기획 차별화와 재구매 유인, 매장 체류시간 확대도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꼽았다.
신규 브랜드 발굴과 해외 진출 지원도 실질적 매출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한국 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넥스트 랩’을 출범했다. 팝업스토어로 현지 반응을 확인한 뒤 상설 매장 진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정 대표 직속 조직인 ‘넥스트 콘텐츠 랩’도 신규 브랜드와 콘텐츠 발굴을 맡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판로를 지원하는 것만으로 백화점의 성장 기반이 넓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규 브랜드가 내국인 고객의 구매를 유도하고 기존 상품군의 매출을 보완하는지, 해외 진출 지원이 지속적인 사업 성과로 연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상품 구성을 다양화하는 데서 나아가 실제 매출과 수익성을 개선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분석 리포트에서 "신규 브랜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기획부터 판매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성공 여부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고 해외 판로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백화점의 실적 부담은 롯데쇼핑 전체의 수익 구조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의 연결 기준 매출은 3조4850억 원, 영업이익은 899억 원이었다. 백화점 부문은 매출 8912억 원, 영업이익 1197억 원을 기록했다. 할인점은 378억 원, 이커머스는 74억 원, 컬처웍스는 1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이 연결 영업이익을 웃돌 만큼 다른 사업의 부진을 상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