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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 내 경제적 불만을 활용해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앞세워 이란을 옥죄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과 에너지 가격 불안은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치인 31%까지 떨어진 가운데, 이란 전쟁에 있어선 완전히 손발이 묶인 상황으로 보인다. 이란 쪽 요구를 수용하면 '전쟁 패배'를 공식화하는 것이고, 군사적 옵션은 국제유가만 올릴 뿐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어떤 선택도 불가능하다. 

이란, 미국 중간선거 맞아 트럼프 더욱 몰아세운다 : 궁지 몰린 트럼프는 이도 저도 못한다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와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지지자가 들고 있는 모습. ⓒ EPA=연합뉴스

20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과 미국 싱크탱크의 분석을 종합하면, 이란은 미국의 군사적·경제적 압박에도 핵심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오히려 공세적 태도를 강화하고 있다. 

◆ 중재국에도 강경한 이란 : 농축 우라늄 반출 거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0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국방군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과 만나 역내 정세를 논의했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오고 있다. 실제 양국이 지난 6월 휴전양해각서를 맺을 때 파키스탄의 중재는 결정적 힘이 됐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파키스탄 쪽을 만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무니르 총사령관을 만나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제시된 이란의 7개 조건을 이행해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봉쇄 해제와 원유 수출 제재 완화, 동결 자산 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인 제한을 확보하려 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은 이날 엑스(X)를 통해 "농축 우라늄 단 1g도 이란에서 반출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신뢰 구축 조치를 취할 때까지 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란, 미국 중간선거 맞아 트럼프 더욱 몰아세운다 : 궁지 몰린 트럼프는 이도 저도 못한다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 ⓒ 로이터=연합뉴스

◆ 중간선거 노리는 이란 : 트럼프 지지율 역대 최저

이란이 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오는 11월3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는 20일 이란 고위 당국자 3명과 내부 관계자 1명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간선거 이전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지 않으려고 협상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도 19일 이란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가 중간선거 이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압력을 가할 중요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선박 공격을 확대함으로써 국제유가 상승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19일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1%로 집권 1·2기를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2주 전보다 1%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특히 응답자의 68%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37%가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올해 2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 이후 전쟁 장기화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가계에 부담을 주면서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같은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47%는 민주당 후보를, 35%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양당의 격차는 12%포인트로 이번 선거 주기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미국의 이란 군사공격에 반대했고, 63%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문제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기에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도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1달러를 넘어서며 5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과 선박 공격이 공급 불안을 키웠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미국 중간선거 맞아 트럼프 더욱 몰아세운다 : 궁지 몰린 트럼프는 이도 저도 못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EPA=연합뉴스

◆ 원유 수송 회복에도 기름값 부담 : 트럼프의 딜레마

이란 혁명수비대는 20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자국이 허가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던 유조선 3척이 기뢰에 피격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우회 수송과 군사적 보호를 통해 원유 공급 회복을 노리자 이란이 군사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8일까지 일주일간 중동의 하루 평균 원유 수출량은 2400만 배럴을 넘어 미국-이란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물동량도 전쟁 이전의 82%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원유 수송량 회복에도 선박 공격 위험과 운임·보험료 부담은 여전하다. 미국 경제조사업체 콘퍼런스보드는 10월15일 보고서에서 중간선거까지 높은 에너지 가격과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한 통항이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란 역시 미국의 해상봉쇄로 원유 수출 차질과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원유 공급망 회복으로 이란의 압박을 약화하려 하고, 이란은 핵 협상 지연과 선박 공격 위협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키우려는 경제·군사적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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