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조직을 '재정 빨대'에 비유해 거센 비판을 받았던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결국 사과했다. 발언 나흘 만에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한 소방관의 빈소를 찾아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추 장관은 사과하면서 "사과를 바라시니까"라고 말해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다.
추 지사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인건비를 부담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려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추 지사가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을 앞세웠다며 사과의 진정성을 문제 삼았고, 사퇴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7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순천향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서 부천 도장공장 화재 사망 소방관의 조문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지사는 17일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마련된 고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논란의 발단은 1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의 경기도 국정감사였다. 추 지사는 경기도의 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경기도 소방공무원 인건비만 1조1천억 원, 사업비는 약 5천억 원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인건비 등 상당한 예산을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현실을 지적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위험한 현장에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들을 재정을 축내는 존재에 빗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16일 부천시 오정구의 한 도장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진압에 나선 소방관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추 지사는 이날 김 소방위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결국 직접 사과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전직 소방관들이 추 지사를 향해 "사과하라"고 외치는 등 항의하기도 했다.
조문을 마친 추 지사는 취재진에게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또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표현상의 실수인 것은 저도 인정한다"면서도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사과를 바라시니까"라는 표현을 두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외부의 요구에 떠밀려 사과한 것처럼 들린다고 추 지사를 비판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논평에서 "추 지사의 사과는 끝까지 오만했다"며 "사과하러 간 것인가, 변명하러 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닷새 만에 등 떠밀려 내놓은 사과다"라며 추 지사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장동혁 대표는 추 지사의 관사와 차량 관련 예산 문제까지 거론하며 "진짜 '재정 빨대'는 추미애 본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추 지사가 사과할 때 사용한 표현을 되돌려 "'사퇴'를 바라시니까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