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고 명문대 중 하나인 도쿄대학교에서 개교 149년 만에 첫 여성 총장이 선출됐다.
후지가키 유코 신임 도쿄대학교 총장(왼쪽), 도쿄대학교 전경 ⓒ도쿄대학교 홈페이지
학내 의향투표에서는 1위 후보의 절반가량에 그치는 표를 얻었지만, 최종 선택은 후지가키 유코(藤垣裕子)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도쿄대학교는 28일(현지시각) 후지이 데루오 현 총장의 임기 만료에 따라 차기 총장 예정자를 선정하기 위한 총장선임·감찰회의를 열고 후지가키 교수를 차기 총장 예정자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차기 총장 예정자의 임기는 2027년 4월1일부터 2033년 3월31일까지 6년이다. 후지가키 교수는 문부과학대신의 임명을 거쳐 제32대 총장으로 취임한다. 예정대로 취임하면 1877년 문을 연 도쿄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된다.
후지가키 교수는 1985년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뒤 1990년 같은 대학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박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술)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사회론(STS)과 과학계량학이 전문 분야다.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주임 연구관과 도쿄대 조교수 등을 거쳐 2010년 교수로 임용됐으며, 총장보좌와 부연구과장·부학장, 이사·부총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이번 선출에서 주목되는 것은 학내 의향투표 결과다. 총장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의향투표 2차 투표에서 후지가키 교수는 553표(25.5%)를 얻어 2위에 그쳤다. 1위인 소메야 다카오 집행임원·부총장은 1107표(51.0%)를 얻어 후지가키 교수의 두 배가 넘는 표를 확보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의 의향투표 결과가 곧바로 총장 선출로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도쿄대에서는 총장선임·감찰회의가 최종적으로 총장 예정자를 결정하며, 의향투표는 최종 선거가 아니라 후보자 평가를 위한 자료 가운데 하나다. 총장선임·감찰회의는 후보자 자료와 추천서, 면접 등 조사 결과, 소신 표명과 질의응답, 의향투표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후지가키 교수를 선택했다.
후지가키 차기 총장 예정자에게는 대학의 신뢰 회복과 의사결정·운영 체계 쇄신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다. 도쿄대에서는 지난해 11월 의학부 부속병원 준교수가 수뢰(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교수가 같은 혐의로 체포되는 등 비위 사건이 잇따랐다.
일본 정부가 10조 엔(약 86조 원) 규모의 대학펀드를 활용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대학을 육성하는 '국제탁월연구대학' 심사에서도 도쿄대의 의사결정·운영 체계 쇄신 문제가 주요 확인 사항으로 제시됐다. 문부과학성 전문가회의도 지난해 12월 도쿄대에 대해 최장 1년간 심사를 계속하기로 했다.
한편 도쿄대가 개교 149년 만에 첫 여성 총장 탄생을 앞둔 가운데, 서울대학교에서는 아직 여성 총장이 나오지 않았다. 1946년 개교한 서울대는 현재 제28대 유홍림 총장까지 모두 남성이 총장을 맡았다.
여성 부총장은 앞서 배출됐다. 박명진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2010년 서울대 최초의 여성 부총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