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제도는 상장회사의 지배권을 확보할 정도로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일반주주의 주식까지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고 일반주주는 소외되는 관행을 개선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주주가치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이 제도는 1997년 처음 국내에 도입됐다가 IMF 외환위기 직후 기업 구조조정과 M&A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1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최근 주주가치 보호 기조가 강해지면서 28년 만에 재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그동안 최대주주만 챙기던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 혜택을 의무공개매수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도 나눠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지분 일부만 헐값에 인수한 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무차별 발행하는 방식의 M&A가 크게 줄어 일반주주 가치를 보호할 수 있다고 한다.
제도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지분 인수 자금 부담이 크게 늘어 M&A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수 의향을 가진 사모펀드나 기업들이 상장사 인수를 꺼리고 비상장사 인수로 눈을 돌리거나, 인수 가격 자체를 보수적으로 낮춰 기업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 현재 추진 중인 제도 도입 방안
현 제도 도입안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는 △M&A나 주식 양수도를 통해 지분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려는 경우나 △이미 25% 이상을 가진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 취득할 때 발동된다.
이때 지분을 매수하는 사람은 보유 지분율이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을 포함해 발행주식총수의 최소 50%+1주가 될 수 있는 물량을 대상으로 일반주주들에게도 공개매수 참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일반주주에게 최대주주에게 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 이상의 가격을 지급해야 한다. 의무공개매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 벌금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미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상태에서 추가 매수하는 경우,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부실징후기업 또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 기업의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에는 의무공개매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 현 제도 도입안에 대한 쟁점
현 제도 도입안에 대한 반대 논리는 역설적으로 제도 도입을 찬성하는 쪽에서 뚜렷하게 부각되고 있다.
먼저 '50%+1주'라는 제한 때문에 일반주주 보호라는 원래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최대주주는 자신의 지분 전량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안분비례로 일부만 매각할 수 있어 주주평등이 달성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컨대 피인수 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이 30%, 일반주주 지분율이 70%라면 인수자는 최대주주 지분 30% 전량을 프리미엄을 얹어 사들인 후 일반주주 물량은 응모한 일반주주의 보유 비율에 맞춰 20%만 인수하면 된다. 일반주주들은 해당 공개매수에서 보유 주식의 28.6%(전체 중 20%)만 팔고 나머지는 팔지 못하게 된다.
제도 회피가 쉽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최대주주가 법 시행 전에 장내매수, 부분 공개매수, 회사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미리 지분율을 50%+1주로 맞춰 놓으면 향후 지분율을 높일 때 의무공개매수를 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어정쩡한 제도 설계로 글로벌 흐름과 동떨어진 '한국형 우회로'만 만들어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EU·홍콩·싱가포르 등은 경영권 변경 시 원칙적으로 잔여 주식 전부(100%)가 공개매수 대상이 된다. 반대로 미국은 의무공개매수가 없는 대신 엄격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적용과 이사회 행위에 대한 사법심사를 통해 주주보호를 실현하는 방식을 택한다. 공개매수를 실시하는 경우에도 주주에 따라 대가를 차별하지 못하게 하는 '전원 평등 원칙'과 '최고가 원칙'이 작동한다.
◆ '지배주주 안분매수'와 '독립주주 승인'
애초에 제도의 도입 취지가 일반주주 기회 보장과 경영권 프리미엄 공유이므로, 지분 100%에 대한 공개매수를 의무화하는 것을 제도의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갑작스런 제도 도입으로 시장의 충격이 우려된다면 우선 이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보완하고 이후 차츰 개선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17일 낸 논평(50%+1주 부분 의무공개매수, '반쪽'이 아니라 '나쁜 제도'다)에서 낸 보완책을 참고할 수 있다. 포럼은 △지배주주 안분매수 △독립주주 승인 등 두 가지 보완책을 모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첫 번째 안은 지배주주도 공개매수를 통해서만 지분을 팔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즉 의무공개매수가 발동되는 거래에서는 지배주주도 공개매수에 응모하는 방법으로만 매각할 수 있고, 만약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 전량을 원하는 경우에는 안분비례에 따라 공개매수 물량을 사실상 전체 지분으로 늘려야 한다. 이 경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동등한 지위에서 지분 매각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의 공개매수·안분매수 규제를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은 30%를 초과하는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하고 응모량이 매수 예정량을 초과하면 지배주주도 안분매수 대상이 된다.
두 번째 안은 인수자와 매도 지배주주, 특별관계자를 제외한 독립주주 과반의 승인을 공개매수 성립의 조건으로 하는 방안이다. 즉 일반주주 전원의 전량 매각을 보장하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그 부분매수를 받아들일지는 일반주주들이 독립적으로 결정하게 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공개매수가 성립하는 경우 승인에 찬성한 주주는 물론 반대한 주주도 같은 조건으로 공개매수에 응모할 수 있도록 해야 반대주주의 '매각 압박(방어적 찬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