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30 개각 발표 이후 인사 검증 실패 논란에 휩싸였다. 또다시 공석이 된 법무부·성평등가족부(옛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새로 물색해야 할 뿐 아니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사의에 따른 청와대 참모진도 개편해야 한다.
실제 9월 중순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인사'를 꼽은 응답이 늘어나는 등 인선 논란은 정치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인선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는 만큼, 청와대 자체 검증 능력을 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27일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강 실장의 사표 수리와 비서실장·정책실장 후임 인선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등 두 자리를 한꺼번에 채우는 이른바 '원샷 인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서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강 실장의 사의와 관련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으로서 종합적인 책임을 지는 차원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용혜인 성평등가족부·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연쇄 낙마로 불거진 인사 검증 책임론이 강 실장 사의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8·30 개각 당시 지명된 장관 후보자 6명 가운데 2명의 자리가 공석이 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 범위를 넓히면 지금까지 낙마한 장관 후보자는 모두 5명에 달한다.
청와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인사 검증 체계'를 계속 다듬어 왔다.
강선우(왼쪽부터) 무소속·용혜인 기본소득당·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정부 출범 당시에는 별도의 인사수석비서관 없이 비서실장 직속 인사비서관을 중심으로 인사 업무를 처리했다. 이에 지난해 7월 이진숙 교육부·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등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부실 검증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청와대는 같은 해 9월 인사수석직을 신설하고 조성주 한국법령정보원장을 초대 인사수석으로 발탁했다. 조 수석은 행정고시 38회 출신으로 인사혁신처 차장과 소청심사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낸 인사 전문가다. 당시 청와대는 인사 업무의 전문성과 공직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후보자 발굴·추천 체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위공직자 인선은 인사수석실이 후보자 발굴과 추천 등을 맡고 민정수석실이 검증을 담당하며, 정무 라인도 정치적 판단과 여론 등을 살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강 실장이 위원장을 맡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서 이를 종합해 판단한다.
그러나 인사수석직을 신설한 지 1년 만에 다시 장관 후보자 연쇄 낙마가 발생하면서, 검증 방식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덕성이나 과거 논란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해당 부처를 이끌 전문성과 적합성까지 충분히 들여다봤는지도 점검 대상으로 꼽힌다.
용혜인 후보자의 경우 국민의힘은 성평등가족위원회 소관 법률 대표발의가 한 건도 없었다는 점 등을 들어 전문성과 적합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 분야의 전문성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강 실장의 교체만으로 인사 업무 쇄신을 마무리할 수 없으며,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 등 공식 인사 라인의 역할과 책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야권은 김현지 제1부속실장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른바 '경기·성남 라인'이 공식 직책과 별개로 인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청와대 국민디지털소통비서관이던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문진석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특정 인사를 추천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를 받은 뒤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에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사실이 공개되며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는 실제로 강 실장이나 김 실장에게 해당 청탁이 전달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고, 김 실장은 인사와 관련된 직책이 아니라며 인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공식 인사 라인 밖 인물들의 영향력을 둘러싼 의혹이 반복된 만큼, 향후 인사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집권 여당이 청와대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도 인사 논란을 줄이기 위한 또 하나의 요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김승원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확산하던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잘된 인사라고 판단된다"며 "지킬 것이다"라고 공개적으로 엄호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는 여론 악화와 추가 의혹 속에 결국 19일 자진 사퇴했다.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 인사를 방어하는 데 그치기보다 민심과 당내 우려를 청와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용기 최고위원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당 역시 국민의 목소리를 더 세심하게 듣고 정부가 놓친 부분이 있다면 가감 없이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청와대 내에 인사 시스템에 대한 점검과 대책 그리고 로드맵을 잘 준비해서 동일한 실수들이 반복되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