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시장을 장악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의 점유율을 잠식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 비만치료제 개발 전략은 확실히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체중을 얼마나 많이 빼느냐에 목적을 뒀다면, 지금은 비만 때문에 생기는 여러 질환과 대사 이상을 얼마나 동시에 개선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즉, 비만을 ‘미용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대사질환의 원인으로 보고 관련 병증까지 겨냥하는 ‘복합 효능’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치료제 분야 기존 강자인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역시 제품을 이 같은 추세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복합 효능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미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챗지피티가 생성한 이미지 ⓒ AI
26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비만약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추세는 ‘다중작용제’ 개발이다.
지금까지는 식욕 억제를 목표로 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호르몬 작용 단일 기전이 주류를 이뤘다면, 이제는 지방 대사를 더 유연하게 하는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 작용제, 기초대사량(에너지 소비량)을 늘리는 ‘GCG(글루카곤)’ 수용제, 포만감을 유도하는 ‘아밀린(Amylin)’ 작용제 등을 섞어, 체중 감량 효과를 확대하거나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또 체중 감량의 양보다는 체중 감량의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GLP-1 계열 치료제가 제지방량과 근육이 함께 감소하거나, 일정 기간 이후 체중 감량 효과가 정체되는 ‘체중 정체기(weight-loss plateau)’가 나타나는 한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단순 비만치료제가 아니라, ‘심혈관계 및 대사질환 치료제’ 역할을 할 수 있는 비만치료제를 개발하는 추세도 확대되고 있다. 비만이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증상이 아니라 당뇨, 고혈압·이상지질혈증,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 대사질환의 원인이라고 보고 근본적인 치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비만 때문에 발생하는 연관 질환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비만 환자들이 많이 겪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무릎 골관절염’을 적응증으로 포함하는 비만치료제가 등장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역시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치료 적응증을 승인 받았다.
한편 환자의 투여 편의성을 위해 기존 ‘주 1회 주사제’에서 ‘경구제’ 또는 월 1회 이상 간격으로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전환하거나, 마이크로니들 패치 등을 접목해 제형을 다양화하는 추세도 주목된다.
◆ 일라이 릴리, 세계 최초 삼중 작용제 개발
글로벌 빅파마들의 대표적 사례를 보면, 우선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를 비만·심혈관·신장·간을 치료하는 ‘통합 대사질환 치료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미 만성신장질환, 심혈관질환, 지방간염(MASH) 적응증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일라이 릴리가 2026년 임상 3상을 마친 ‘레타트루타이드’는 세계 최초의 ‘삼중작용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 중인 이중작용제(GLP-1·GIP) 마운자로에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GCG 작용을 추가한 것이다. 아울러 레타트루타이드는 임상을 통해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무릎 골관절염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일라이 릴리는 관련 적응증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비만 환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구제(알약)와 장기지속형 치료제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26년 6월 먹는 비만약 ‘엘레코글립론’의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월 1회 주사제 플랫폼도 최근 도입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젠 역시 자체 비만치료제 ‘마리타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마리타이드는 이중작용제(GLP-1·GIP)에 월 1회 투여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결합한 케이스다. 다만 암젠은 GIP 수용체를 활성화하기보다 억제하는 것이 체중 감소와 지방 대사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이중작용제를 설계했다.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 한미약품, 국내 기업 중 비만약 분야 선두주자
한국 기업들의 비만치료제 개발 수준은 아직 글로벌 선두권 기업들과 격차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최근 빠르게 개발 속도롤 높이고 있다.
아울러 최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국내 제약사가 이 분야에서 글로벌 빅파마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수 있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쾌거로 평가된다. 한미약품은 24일 자사의 세 번째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HM17321)을 제넨텍에 기술수출하는 최대 23억 달러(약 3조1892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M17321은 체지방을 줄이면서 근육량을 늘리는 기전을 가진 근육증가형 비만약을 표방한다.
비만치료제 개발로 가장 앞서 있는 국내 기업으로는 역시 한미약품이 꼽힌다. 한미약품은 자체 비만약 개발 계획인 ‘HOP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4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이 중 첫 번째인 GLP-1 계열의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재 임상 3상을 마치고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적응증을 당뇨병으로 확장하는 임상 3상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한미약품은 이번에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HM17321을 비롯해, 삼중작용제(GLP-1·GIP·GCG) HM15275, 근손실 부작용을 막고 제지방을 늘리는 두 번째 근육증가형 비만약 HM500197을 개발하고 있다.
HK이노엔도 GLP-1 계열 비만치료제(IN-B00009)를 개발 중이다. IN-B00009는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는 4월 비(非)인크레틴 계열의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GLP-1, GIP 등 기존 인크레틴 계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후보물질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아에스티가 개발하고 있는 비만치료제(DA-1726)는 GLP-1과 GCG 이중작용제다.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에 간지방(MASH) 개선 효과까지 노리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고 마무리하는 단계다.
대웅제약의 비만치료제 DWRX5003은 위고비와 동일한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이다. 다만 주 1회 몸에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을 적용해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GLP-1 계열 비만약(ID110521156)을 경구제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임상 1상을 마치고 2상을 준비하고 있다. 비만과 당뇨병 적응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