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의 하츄핑 : 고래보석의 전설'을 보러 온 아이들에게 하츄핑보다 먼저 등장한 것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예고편이었다.
7월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사랑의 하츄핑 : 고래보석의 전설' 시사회·기자간담회에 하츄핑 캐릭터가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방학을 맞아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가족이 늘고 있다. '사랑의 하츄핑 : 고래보석의 전설'은 지난 5일 개봉해 18일 기준 69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여름 어린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고 있다.
‘캐치! 티니핑’의 대표 캐릭터 하츄핑은 ‘뽀통령’(뽀로로+대통령)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에서 ‘핑통령’으로 불릴 만큼 어린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개봉한 전작 ‘사랑의 하츄핑’도 124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츄핑이 일회성 어린이 캐릭터를 넘어 극장가에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작품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도 5점 만점에 3점을 주며 “예상보다 훨씬 더 고퀄”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정작 이 영화를 보러 온 아이들이 영화 시작 전에 마주하는 콘텐츠는 어떨까. 예매표에 적힌 상영 시작 시각부터 본편이 시작되기까지 10분 안팎의 시간이 있다. 이 시간 동안 광고와 예고편이 이어진다. 부모는 아이에게 보여줄 전체관람가 영화를 골랐지만, 정작 스크린에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의 예고편이나 어린이가 보기에는 부담스러운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 예고편과 본편의 등급 체계가 다르다는 사정이 있다. 본편 영화는 전체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15세 이상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으로 나뉜다.
반면 영화 예고편은 본편과 달리 전체관람가와 청소년관람불가 등 두 등급으로만 분류된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9조에 따라 청소년관람불가 예고편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상영 전후에만 상영할 수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예고편을 두 등급으로 나누고, 청소년관람불가 예고편의 상영 범위를 이처럼 제한하고 있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광고는 전체관람가로만 등급이 분류된다. 다만 주류 광고는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의 상영 전후에만 상영할 수 있다.
문제는 이처럼 예고편의 등급이 두 단계에 그친다는 점이다.
김태호 음악감독(왼쪽), 김수훈 감독이 7월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사랑의 하츄핑: 고래보석의 전설' 시사회·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에서 영상을 보다 불편한 장면이 나오면 끄거나 다른 콘텐츠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극장에서는 다르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에 펼쳐지는 예고편과 광고를 관객이 골라서 피하기는 어렵다.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한 장면이 연이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다르다.
특히 하츄핑처럼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영화라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극장 역시 어떤 관객이 이 영화를 찾는지 알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는 어린이 관객을 고려한 별도의 기준이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에서는 예고편도 하나의 영상물로 보고 별도의 기준을 적용한다. 영국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예고편도 본편 영화와 마찬가지로 등급분류 대상에 포함한다. 예고편의 내용에 따라 연령등급을 부여하고, 관객이 어떤 수준의 콘텐츠를 보게 되는지 알 수 있도록 한다.
호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예고편 자체의 등급뿐 아니라 어떤 영화 앞에 상영할 수 있는지까지 정한다. 전체관람가(G, General) 영화 앞에는 G 등급 예고편만, 보호자 지도가 필요한 PG(Parental Guidance)영화 앞에는 PG 또는 G 등급 예고편만 상영할 수 있다. 본편보다 높은 등급의 예고편을 어린이 영화 앞에 붙일 수 없는 구조다.
두 나라의 방식은 다르지만 보는 지점은 같다. 영화의 연령등급을 본편에만 적용하지 않고,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서 마주하는 예고편까지 관람 연령을 고려해 관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예고편의 내용에 따라 연령등급을 보다 세분화하거나, 어린이 영화 앞에는 본편과 같거나 낮은 등급의 예고편만 상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모가 관람 등급을 확인해 영화를 선택한 만큼, 영화가 시작되기 전 스크린에 등장하는 콘텐츠 역시 관객의 연령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