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과 2026년 한국을 방문한 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기업은 네이버다.
엔비디아는 네이버에 인공지능(AI) 팩토리 협력을 제안했을 뿐 아니라 네이버 지분을 투자해 3대 주주가 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투자자들에게 저평가됐던 네이버의 재평가가 단숨에 이뤄졌다. '내수용 포털' 기업 프레임에 갇혀 있던 네이버는 'AI 인프라 기업'으로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과 2026년 한국을 방문한 뒤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기업이다. 사진은 황 CEO(왼쪽)가 6월8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을 방문해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함께한 모습. ⓒ연합뉴스
사실 이는 2025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황 CEO의 방한 때 발표된 26만 장 규모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계획에서 네이버는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6만 장을 배정받았다. 나머지 20만 장은 한국 정부와 삼성, SK, 현대차에 각각 5만 장씩 돌아갔다. 당시 황 CEO와의 '깐부 회동'에서 부각된 것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었지만, 정작 가장 큰 몫은 네이버에 돌아갔다.
엔비디아의 '간택'은 올해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100억 달러 규모의 AI 팩토리 협력 계약을 발표하면서 더욱 본격화됐다. 이 계약의 특이한 점은 엔비디아의 이름으로 진행되면서 정작 엔비디아는 전체 자금의 10%만 투자한다는 것이다. 나머지 90%는 브룩필드라는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가 댄다.
네이버의 AI 팩토리 투자 구조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투자 방식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지금 엔비디아는 금융 자본을 대대적으로 동원해 자체 GPU 매출을 늘리면서 위험은 바깥으로 밀어내는, 이른바 '순환금융(벤더 파이낸싱)' 우려를 부르고 있다. 즉 엔비디아가 고객사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그 돈이 다시 엔비디아 제품 구매로 돌아오는 새로운 유착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황 CEO의 낙관처럼 AI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 엔비디아 매출이 계속 커질 테지만, 반대로 AI 버블론이 현실화되면 엔비디아에 돈을 댄 금융회사와 엔비디아와 한배를 탄 AI 기업으로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증폭된 것은 8월10일(현지시각) 엔비디아가 브룩필드를 포함한 6개 금융회사와 5천억 달러 규모의 개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 자금 조달 계획을 두고 황 CEO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많은 AI 기업이 컴퓨팅 수요가 있지만 이를 위한 자금 창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과 AI 생태계를 위한 반복가능한 금융 플랫폼을 창조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황 CEO의 적극적 해명에도 경고의 목소리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특히 이 대규모 자금 조달 구조에서 서브프라임 대출 구조를 떠올리는 시각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가 부실 주택담보대출을 복잡한 파생상품으로 포장해 금융시장에 유통시키면서 비롯됐듯, GPU를 비롯한 AI 인프라 자산을 담보로 채권을 찍어 파는 지금의 구조가 그때와 닮았다는 것이다.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어느 쪽도 확신할 수는 없다. 다만 엔비디아가 한쪽으로 분명히 기운 도박을 시작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도박이 어긋나는 순간 엔비디아는 언제 물귀신처럼 AI 산업 전체를 끌고 내려갈지 모른다. 이 위험 속에서 네이버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엔비디아의 베팅에 건 판돈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