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스페인을 휩쓴 대형 산불이 와인 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인근까지 번지면서 수십만 명의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화재 진압 중인 소방관.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30만 명이 넘는 주민과 관광객이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산불이 세계적인 와인 산지인 보르도에서 불과 약 15㎞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했다.
보르도는 세계 최대 와인 생산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연간 약 800억 프랑(한화 약 약 144조294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년 평균 80억 병의 와인을 생산한다. 특히 7~8월은 포도 수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이번 산불이 포도밭으로 확산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르도가 위치한 지롱드 데파르트망(광역자치권) 당국은 지난밤 5개 마을에서 주민 5만5천 명을 추가로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누적 대피 인원은 22만 명으로 늘었다. 지롱드와 인접한 랑드 데파르트망에서도 산불로 3만6천 명이 대피했다.
올여름 이어진 기록적인 폭염으로 숲이 극도로 건조해진 데다 강풍까지 겹치면서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오전 기준 지롱드에서만 약 4만2천 헥타르(420㎢)가 불에 탔는데, 이는 파리 면적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토마 카제나브 보르도 시장은 "가장 가까운 지점 기준으로 불길이 도시에서 약 15㎞ 앞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산불 확산으로 보르도로 이어지는 철도와 고속도로 일부 구간도 폐쇄됐다.
프랑스 정부는 소방관 2500명과 소방 항공기 18대, 군 수송기까지 투입하며 진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피해 규모도 역대 최대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들어 약 9만8천 헥타르가 불에 타 사상 최대 소실 면적을 기록했다. 로랑 뉴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이를 두고 "역사적인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인 역시 올해 산불 피해 면적이 약 13만 헥타르에 달해 최근 10년 연평균 피해 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산불로 프랑스와 스페인을 합쳐 수십 채의 주택과 캠핑장이 파괴됐으며, 수십 명의 소방관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이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올여름 서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이 누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는 지난달이 서유럽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밝혔다.
기후과학자들은 개별 산불을 기후변화와 직접적으로 연결하기는 어렵지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가 폭염 발생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진 폭염과 가뭄이 숲의 수분을 빼앗아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대형 산불로 번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