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2026년 들어서만 벌써 3번째 나온 중대재해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의 취임 뒤 그룹은 2025년 말 ‘신안전 비전’을 선포하며 안전 문화에 관한 실천 의지를 다졌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계열사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2025년 12월1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HD현대 세이프티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HD현대중공업은 7월24일 군산조선소 내 판넬공장에서 러그와 러그취부기(리치카) 사이 끼임사고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27일 공시했다.
이 사고는 24일 오후 4시40분경 노동자 1명의 머리가 장비에 끼이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해당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25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군산지청이 군산조선소 판넬공장 조립라인 일체에 부분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장 조사 및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전사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중공업의 대책에도 안전경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노조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HD현대그룹이 2025년 말 새로운 안전 비전을 선포하고 정 회장도 ‘지속적 관심과 실천’을 강조했지만 HD현대중공업에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에서는 7월18일 조선사업부 외업 도크에서 곤돌라와 상부 발판 사이에 끼인 노동자가 1명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9일에도 잠수함 공장 내 수중함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1명이 숨을 거뒀다.
HD현대중공업은 각 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최근 사고와 마찬가지로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6월22일 HD현대삼호에서는 호선 안벽 접안 작업 중 계류 로프에 맞아 노동자 1명이 숨졌고 7월9일 HD현대중공업의 블록 자회사 HD현대엠엔에스에서는 판계장 천장크레인 정비 작업 와중에 추락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12월 ‘HD현대 세이프티 포럼’을 열고 그룹의 새로운 안전 비전을 선포했다.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공표하고 시스템, 문화, 기술을 세 가지 핵심 전략 축으로 한 안전 중점 추진 방안도 공개했다.
정 회장은 “안전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의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며 “안전 문화를 만들고 안전한 사업장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 관심과 실천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번 포럼을 계기로 HD현대가 안전의 모범사례로 산업현장에 큰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HD현대중공업 노조)는 27일 ‘중대재해특보’를 발행하고 “무능한 ‘안전경영’이 6일 만에 또 중대재해를 불렀다”며 “올해에만 벌써 3번째 중대재해로 반복되는 죽음은 우연도, 개인의 실수도 아니라 앞선 사고를 겪고도 위험 요인을 제거하지 못한 경영진과 안전 책임자의 총체적 무능이 빚은 예고된 참사”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HD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인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은 25일 홈페이지에 자신들의 명의의 입장문을 올려 “고인의 명복을 진심으로 빌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7일 HD현대중공업은 사업장 내 안전을 점검하고 중대재해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모든 사업장 가동 중단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 29일부터 3일 동안 '안전 셧다운'을 실시하고 특별안전교육, 위험성 평가 재실시 및 고위험 공정 전면 재점검, 작업 환경 대대적 개선 등을 추진한다. 특히 형식적 점검에 그치지 않도록 위험 요소가 해소될 때까지 공정 재개를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안전 셧다운은 보여주기식 조치가 아니라 회사의 안전 문화를 뿌리부터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라며 "현장의 안전이 확보된 상태에서만 조업을 재개하고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