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청년들이 만든 풍자 정당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이 남긴 경고다.
NEET(인도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시위 끝에 다르멘드라 프라단 인도 교육부 장관이 사임한 뒤, 2026년 7월25일(현지시각) 인도 뉴델리에서 바퀴벌레 국민당(CJP)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CJP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이 같은 글을 올리며, 인도 청년들의 저항이 온라인 밈을 넘어 정부를 움직였다는 자부심을 강조했다.
앞서 인도 정부는 25일 NEET(인도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사망자 유가족 보상, 시위 참가자 대상 형사 고소 철회, 시험 개혁안 검토 등 CJP의 요구를 수용한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다르멘드라 프라단 연방 교육부 장관도 이날 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이에 CJP는 25일 "민주주의가 승리했다"며 전국적인 항의 운동을 즉각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바퀴벌레 국민당(CJP) 대변인 아슈토시 란카(오른쪽)가 교육부 장관 사임 이후 2026년 7월25일(현지시각) 뉴델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 보건부 장관 J.P. 나다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들의 분노의 발단은 국가시험 문제 유출 사건이었다. 중요한 공무원·교원 채용 시험 문제 등이 잇따라 유출되면서 약 200만 명의 수험생이 재시험을 치러야 했다. 사건과 관련해 10명이 넘는 청년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취업난과 반복되는 시험 부정, 정부의 무능에 쌓여 있던 청년들의 분노는 '바퀴벌레'라는 한 단어를 만나 폭발했다. 대법원장이 실업 청년과 정부 비판 세력을 바퀴벌레와 기생충에 빗댄 것으로 알려지자, 청년들은 그 조롱을 저항의 깃발로 바꿔 들었다.
"그들은 우리를 바퀴벌레라고 불렀다. 그래서 우리는 정당을 만들었다."
인도 바퀴벌레 국민당 홈페이지 화면. ⓒ바퀴벌레 국민당 홈페이지
CJP가 내건 한 줄의 구호는 인도 청년들의 분노를 결집시키는 깃발이 됐다. 장난처럼 시작된 패러디 정당은 현실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이 됐다. CJP는 밈을 무기로 삼아 청년들의 분노를 조직하는 저항 운동으로 성장했다.
인도 청년들의 분노는 거리보다 먼저 인터넷에서 폭발했다. CJP 홈페이지 화면에 적힌 "우리는 살아남고, 우리는 늘어나고, 우리는 투표한다(We survive. We multiply. We vote)"라는 문구는 시험 부정과 취업난,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느끼던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참여의 문턱은 낮았다. 누구나 무료로 '당원'이 될 수 있었다. 이름과 자신의 불만 사항을 입력하면 홀로그램이 적용된 공식 당원증과 함께 AI가 작성한 맞춤형 '5대 공약'이 자동으로 생성된다.
바퀴벌레 국민당 당원증 예시. ⓒ바퀴벌레 국민당 홈페이지
특히 이용자들은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친구를 초대해 점수를 쌓는다. 가장 큰 화제를 모은 회원에게는 '최고 바퀴벌레(Supreme Cockroach)'라는 칭호가 주어진다. 티셔츠와 후드티, 머그컵 등 바퀴벌레당 로고가 새겨진 굿즈도 판매하며 온라인 풍자를 하나의 놀이 문화로 확장했다.
정당도,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 조직도 아니지만 이 온라인 패러디 운동에는 27일(한국시각) 기준 19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다. 온라인에서 시작된 분노는 현실로 번졌고, 수도 뉴델리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거리로 나와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했다.
청년 주도의 정치 풍자 운동 '바퀴벌레 국민당(CJP)' 지지자들이 2026년 7월26일(현지시각) 인도 뭄바이에서 다르멘드라 프라단 연방 교육부 장관의 사임을 축하하고 있다. 프라단 장관은 시험 문제 유출 사태에 항의하는 전국 학생 시위가 확산하자 7월25일 사퇴했다. ⓒEPA/연합뉴스
정부도 결국 대응에 나섰다. 인도 정부는 바퀴벌레 국민당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을 차단했다.
CJP를 만든 30세 인도인 아비지트 딥케는 팔로워 약 20만 명을 보유한 계정이 인도에서 차단됐다고 알렸다. 이는 빠르게 확산하는 패러디 운동을 겨냥한 첫 번째 공개 제재로 받아들여졌다. 정부는 차단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인도 교육부 장관 다르멘드라 프라단의 시험지 유출 책임을 묻고 사퇴를 요구하며 수천 명의 시위대가 의회로 행진한 다음 날인 2026년 7월 21일, 인도 뉴델리 잔타르 만타르 시위 현장에서 찢어진 바퀴벌레 국민당(CJP) 현수막 너머로 CJP 지지자가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차단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몇 분 뒤 딥케는 새 계정을 만들고 "바퀴벌레가 돌아왔다"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올렸다. 게시물에는 "우리를 없앨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ㅋㅋㅋ"라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계정은 막혀도 새 계정이 생겼고, 게시물은 삭제돼도 밈은 더 빠르게 퍼졌다. "바퀴벌레는 죽지 않는다"는 말은 청년들의 생존과 연대를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NEET(인도 의대 입학시험) 문제 유출 의혹으로 교육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2026년 7월22일 인도 파트나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곤봉을 휘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물대포를 쏘고 최루탄을 던졌고 곤봉을 휘둘렀지만, 청년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의회를 향한 행진을 이어가며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36일 간의 시위 끝에 결국 모디 정부는 교육 장관을 교체하며 한발 물러섰다.
바퀴벌레 국민당의 투쟁과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바퀴벌레 국민당은 "청년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은 결코 헛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끝까지 우리의 길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7월25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시민들이 교육 개혁을 요구하며 열린 '바퀴벌레 국민당(Cockroach Janta Party·CJP)' 촛불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