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특유의 성장 공식에 무리가 오는 것 아니냔 진단이 나온다. 대규모 선투자로 몸집을 키우고 수익을 회수하던 쿠팡식 성장 방식에 부하가 걸렸다는 것이다.
물류 인프라와 배송망에 먼저 투자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사업 규모를 키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방식이 이전처럼 빠르게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해야 할 자본은 늘어나고 있지만 이익 회수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 심화로 본업의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국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는 미국 대관 활동까지 확대되면서 비용 부담은 더 커졌다. 선투자로 성장을 이끌어온 쿠팡의 기존 사업 모델이 투자 부담과 수익 회수 지연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
쿠팡이 물류 인프라 투자와 신사업 확대로 성장 기반을 넓히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 ⓒ연합뉴스
현지시각으로 2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서도 쿠팡의 성장과 수익성 사이의 간극이 드러났다. 미국 투자정보업체 잭스에 따르면 3분기 쿠팡의 매출 컨센서스는 97억5천만 달러(약 13조1235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상품 커머스 부문의 조정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추정치는 3억5574만 달러(약 4788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억500만 달러(약 9489억 원)보다 절반가량 적다. 매출은 늘어도 핵심 사업의 이익 창출력은 약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매출 성장세 자체도 둔화할 것으로 평가됐다. 투자정보업체 스톡스토리는 쿠팡의 3분기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17.8%에서 5.1%로 낮아졌다고 추산했다. 최근 30일 동안 애널리스트들의 매출 추정치에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스톡스토리는 쿠팡이 최근 2년 동안 월가의 매출 전망을 여러 차례 밑돌았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2분기 실적에서는 매출과 이익의 괴리가 확인됐다. 쿠팡의 매출은 88억5600만 달러(약 11조920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늘었지만 매출총이익은 24억9400만 달러(약 3조3569억 원)로 3% 감소했다. 매출총이익률도 28.2%로 1.88%포인트 하락했다. 조정 EBITDA는 1억6300만 달러(약 2194억 원)로 62% 줄었으며 매출 대비 마진은 1.8%에 그쳤다.
핵심 사업인 상품 커머스 부문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2분기 상품 커머스 매출은 74억2500만 달러(약 9조9941억 원)로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성장했지만 조정 EBITDA는 3억8200만 달러(약 5142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감소했다. 활성 고객 수가 3% 늘어난 2470만 명을 기록했음에도 고객 기반 확대가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국내 규제 비용만으로 실적 부진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쿠팡은 2분기 영업손실 5억5600만 달러(약 7484억 원)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판매관리비에 반영된 국내 행정 과징금 등 약 4억1천만 달러(약 5519억 원)의 비용을 제외해도 영업손실은 1억4600만 달러(약 1965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억4900만 달러(약 2006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과징금 외에도 핵심 사업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요인이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수익성 부담에도 쿠팡이 물류 투자를 줄이기는 쉽지 않다. 물류 인프라는 과거 쿠팡의 시장 선점을 이끈 핵심 경쟁력이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유지와 확장에 필요한 고정비 부담도 커졌다. 후발 경쟁자들이 배송 역량을 강화하며 추격하는 만큼 기존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투자도 이어가야 한다.
쿠팡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물류 인프라에 3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전국 주요 지역에서 물류 거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가 부산 남구 용당동에 420억 원을 투자해 스마트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부산시와 협약을 맺었다. 물류 처리와 배송 기능을 결합한 시설로, 약 670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류 거점 확대는 고객과 가까운 곳에 상품을 배치해 배송 시간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초기 구축 비용뿐 아니라 감가상각비와 운영비도 발생한다. 촘촘한 배송망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인력과 시설도 확보해야 한다. 결국 늘어난 고정비를 흡수하려면 주문량과 매출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앞서 나타난 것처럼 매출 성장만큼 이익이 늘지 않으면서 투자 부담을 회수하는 데도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신사업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쿠팡의 2분기 성장사업 매출은 14억3100만 달러(약 1조926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지만 조정 EBITDA 손실은 2억1900만 달러(약 2948억 원)에 달했다.
대만을 비롯한 신규 시장과 사업 영역을 넓히며 외형은 커졌지만 아직 이익 기여는 제한적이다. 기존 사업에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사업의 초기 투자와 손실까지 감당해야 하는 구조다.
대만에서는 2026년 초 네 번째 스마트 물류센터를 열었으며, 한국에서 축적한 물류 시스템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현지 새벽배송 서비스도 도입했다.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쿠팡Inc가 영국 자회사를 통해 대만 현지 법인에 약 255억 대만달러(약 1조419억 원)를 출자하는 증자안을 승인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현지 물류 기반을 확대해 장기 성장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즉시배송 서비스 '로켓나우'를 운영하고 있으며, 쿠팡이츠도 음식 배달을 넘어 비식품 배달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업 확장과 신사업 투자는 쿠팡의 성장 기반을 넓히기 위해 불가피하다. 국내 영업환경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과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일은 기존 성장 동력을 보완할 돌파구이기도 하다. 다만 사업을 넓힐수록 물류 인프라와 운영에 필요한 비용도 늘어난다.
여기에 국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대관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성장 기반을 넓히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지키고 불어나는 비용을 통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김범석 의장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업 확장에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규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대관 비용도 추가됐다. 2025년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정부의 조사와 제재가 이어지자 쿠팡은 이를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로 제기하며 미국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대응을 강화했다. 쿠팡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 부당하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청원했고, 미 의회에서도 관련 청문회와 한국 정부 조치를 비판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쿠팡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의 보호를 의제로 백악관과 국무부, 상무부, USTR 등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확대했다. 올해 1~3분기 미국 내 로비 지출은 362만 달러(약 48억7천만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9만 달러(약 22만7천만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과의 접촉면도 넓히고 있다. 쿠팡의 정치활동위원회인 쿠팩(COUPAC)은 올해 1~3분기 미국 정치권에 18만5천 달러(약 2억4900만 원)를 후원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늘어난 규모다.
특히 민주당 의원과 관련 정치기구에 대한 후원액은 10만7천 달러(약 1억4400만 원)로 52.9% 증가한 반면, 공화당 측 후원액은 7만8천 달러(약 1억500만 원)로 9.8% 감소했다.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에 대비해 접점을 넓히는 한편, 쿠팡 관련 의회 활동을 주도해 온 공화당 인사들과의 관계도 이어간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