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로 꼽히는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다음 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보수 재건을 둘러싼 국민의힘 내부의 주도권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정 원내대표가 '절윤'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계엄 사태를 두고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2028년 총선 공천권을 위해 당대표 연임을 노릴 것으로 보이는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줄 가운데)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국민보고대회에 당 지도부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조선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정 원내대표는 다음 달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9명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 비상계엄 논란을 매듭짓고 다가오는 총선에 대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사과 여부와 구체적 방식을 두고 계속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원내대표의 사과 추진 보도를 두고 "사전에 원내에서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관련 질의가 있어서 그런 부분에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겠다는 취지였지 원내에서 의견 조율이 돼서 나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의 의중과 무관하게 사과를 추진한다는 관측에도 공식적으로 정리된 입장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의 사과 추진이 주목받는 것은 그가 윤 전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대표적인 친윤 인사이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검사 임관 동기로, 검찰 재직 시절부터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다. 지난해 1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을 찾았으며, 2월에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윤 전 대통령을 직접 접견했다. 같은 해 3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따른 출소 현장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해 왔다.
물론 정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힘은 올해 3월 의원 전원 명의로 12·3 비상계엄에 사과하고 윤 전 대통령의 정치 복귀 요구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정 원내대표는 6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자신이 해당 선언문 발표를 물밑에서 주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로 선출된 6월10일에도 '도로 친윤당'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런 지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친윤, 친한(친한동훈) 계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부분이 불식될 수 있도록 원내 운영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과 추진 역시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확실히 선을 긋고, 국민의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려는 행보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에는 정 원내대표가 개인 자격을 넘어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표해 사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사과가 이뤄진다면 정 원내대표가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물론, 당 차원의 쇄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는 셈이다. 당대표인 장 대표가 아닌 원내지도부가 '보수 재건'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월20일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무기징역 선고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장 대표는 올해 1월 비상계엄을 잘못된 수단이라고 규정하며 사과했지만, 이후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거리를 둬 왔다.
장 대표는 2월2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 대해 "무죄추정의 원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사과와 절연 주장을 반복하는 건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다"라고 밝히는 등 당내 쇄신 요구에 맞섰다.
이처럼 장 대표가 '절윤'을 사실상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당내 쇄신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면 장 대표는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장 대표는 내년 당대표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1일 MBN '시사스페셜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2028년 총선에 승리하고 그다음 대선에 승리하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할지는 그때 가서 당원들께서 결정할 거라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다면 또 책임을 피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현 임기는 2027년 8월까지다. 2028년 4월 총선의 공천 과정에 당대표로서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내년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해야 한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하고 당내에서도 뚜렷한 대항마가 부상하지 않는 가운데, 장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