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3분기 매출을 10% 넘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가 10% 넘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차·기아 해외 공장에 부품을 보내는 사업이 매출을 받치는 가운데, 수출이 급증한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차를 배로 실어 나르는 일이 새 먹거리로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이규복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부터 내건 '현대차그룹 밖(비계열) 고객 확대'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매출의 70%가량은 여전히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나온다. 중국 물량을 둘러싼 운임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 수수료 정책도 11월 유예가 끝나 넘어야 할 고비가 남아 있다.
현대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3분기 매출을 10% 넘게 늘릴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가 10% 넘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은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3월26일 서울 성동구 본사에서 열린 제2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현대글로비스
10월15일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자동차 수출 급증이 현대차에는 위협이지만 현대글로비스에는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10월14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전기차 중심) 자동차 수출이 급증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기존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있으나, 현대글로비스는 중국의 수출 차량 해상수송도 담당하고 있어 오히려 수혜가 가능하다는 점이 독특하다"고 짚었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한투자증권·KB증권·메리츠증권·한화투자증권·현대차증권 등 증권사 5곳은 현대글로비스의 매출 수준을 8조1492억 원에서 8조55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적게는 10.8%에서 많게는 16.2%까지 늘어난 규모다.
이는 같은 기간 현대차의 판매실적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현대차의 7~9월 판매실적을 합하면 올해 3분기 글로벌 판매는 91만여 대로 1년 전보다 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의 3분기 매출이 2020년 2분기 이후 약 6년 만에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대차 부진이 현대글로비스에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중국차의 약진이 현대차에 위협으로 작용하는 반면 현대글로비스에는 다른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차 물량은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PCTC) 사업에서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자동차운반선 차량을 배 안으로 몰고 들어가 싣는 자동차 전용 선박으로, 현대글로비스가 오랫동안 현대차·기아 수출 차량을 실어 온 핵심 사업이다.
중국 업체들의 수출은 배가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 김성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13일 보고서에서 지난 7~8월 중국 승용차 수출 물량이 월평균 "전년 동기 49.5만 대 대비 83.6% 급증한 90.9만 대"라고 분석하며 현대글로비스가 선대를 늘리고 있지만 "PCTC 수요 대비 선복(화물 적재 공간)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현대글로비스가 실어 나르는 중국 물량도 빠르게 늘었다. 회사는 1월29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 자동차운반선으로 수출된 중국 차량 약 430만 대 가운데 51만 대를 실어 점유율 12%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 약 26만 대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2년 만에 93% 늘었다.
한국기업평가는 4월22일 보고서에서 현대차·기아 수출 물량에서 현대글로비스가 맡는 몫이 줄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대글로비스가 2024년 말 현대차·기아와 5년 장기 운송계약을 새로 맺으면서 한국발 수출 물량 기준 비중이 60%에서 50%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업체 물량이 늘면서 자동차운반선 매출의 비계열 비중은 2024년 43%에서 지난해 53%로 높아졌다.
이는 이규복 사장이 앞서 과제로 꼽은 방향과 겹친다. 이 사장은 2025년 3월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선 및 장기용선 선박 중심의 고정성 선박을 확보하고 운항 효율성을 제고해 비계열 고객 확대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회사 전체로 보면 계열 의존도는 여전히 높다. NICE신용평가는 5월11일 보고서에서 현대글로비스 매출의 70%가량이 계열사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비계열 비중이 30% 안팎이라는 뜻으로, 이 사장이 2024년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30년 비계열 매출 비중 40% 목표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중국발 호황이 바로 수혜로 이어질 거라 장담하지 않는다. 1월 현대글로비스 투자설명(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국발 물량이 늘어도 지난해보다 운임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바라봤다.
미국 입항 수수료도 변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5년 10월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운반선 운항사에 미국 입항 시 톤당 46달러의 수수료를 물리기 시작했다가, 중국과의 무역 합의로 1년 동안 부과를 멈췄다. 이 유예는 11월9일까지다. 연장 조치가 없을 경우 10일부터 다시 부과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