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전 비서실장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국정 운영의 핵심 인물로 부상했지만 지지율 하락과 인사 검증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정치인으로서 지명도와 존재감이 높아졌지만 향후 행보는 다시 불확실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선이 나온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이 14일 청와대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민티07’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은 전천후형 차세대 리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과 활동 영역이 다 열려 있다"며 "본인이 조금 쉬고 본인의 경험을 숙성하고 학습하는 시간들을 갖고 싶겠지만 얼마나 허용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전 비서실장이 이재명 정부에서 존재감이 높아진 만큼 정치권에서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덤 같았던 대통령실을 수습하고,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희망을 되살려낸 데에는 강 비서실장의 역할이 지대했다"며 "또 다른 역할을 통해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기여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강 전 비서실장의 정치적 행보로 거론되는 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다.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1심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장직 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서울시장 재선거가 치러지는데 강 전 비서실장이 민주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다가 사진이 찍힌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라는 문구와 함께 강 전 비서실장의 이름인 '훈식'이 적혀있었다.
김 대표도 이날 '민티07'에서 강 전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후보가 될 수도 있냐는 질문에 "이미 전국적 인물이고 역량이 검증됐고 당 안팎의 신뢰가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서울 지역 지지율이 매우 낮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서더라도 승리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더구나 강 전 비서실장이 물러나게 된 계기가 인사검증 책임 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강 전 비서실장으로서는 서울시장 재선거에 나섰다가 패배할 경우 정치적 타격이 클 수 있다. 실제 전국지표조사가 이날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서 서울 지역의 긍정평가는 36%에 불과해 부정평가(58%)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았다.
만일 강 전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재선거에 나서지 않는다면 휴식기를 가졌다가 2028년 총선을 통해 국회로 복귀하는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다만 강 전 비서실장이 23대 총선에 출마하더라도 새로운 지역구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 전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에 임명된 뒤 국회의원직을 사퇴했고, 지역구였던 충남 아산을은 전은수 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상태다.
과거 추미애 경기도지사도 2020년 1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총선 불출마가 확정되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추 지사의 지역구였던 서울 광진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그 뒤 추 지사가 2024년 총선에 나올 때 경기 하남갑을 선택해야 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강 전 비서실장이 충남 아산을에 돌아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3선인데다 비서실장을 맡으며 정치적 중량감이 커진 만큼 총선에 나가더라도 수도권이나 격전지에 승리 카드로 거론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강 전 비서실장이 대통령 특사 형식으로 정치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전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특사로 지명해 UAE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방산·경제 협력 사업을 조율해 왔다.
강 전 비서실장이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수지 와일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과 핫라인을 구축했던 점도 직책과 관계없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와 관련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전 비서실장에게 남은 과제는 청와대에서 쌓은 존재감을 정치적 도약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다면 수도권 민심과 당의 경쟁력을 함께 평가받게 되고, 총선에 나선다면 새로운 지역구에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정부 내 역할을 이어가더라도 비서실장 재임 기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날 이 대통령이 강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고 밝혔는데 강 전 비서실장이 좋지 않은 모양새로 떠나는 것에 대한 배려로 읽힌다.
15개월여 동안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국정 운영의 중심에 있다가 청와대를 떠난 강 전 비서실장에게는 정치적 도약의 기회와 책임론이라는 부담이 동시에 남았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14일 유튜브 방송 정치비상구에서 "강 전 비서실장이 앞으로 (정치 행보를) 어떻게 관리해 나갈까가 관건인데 이번에 사실 김승원, 용혜인 등 낙마로 책임지고 나가는 모습이라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며 "전은수 의원이 있어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나가나, 안 나가나 서울에서 한번 승부를 봐야하는데 혹시라도 의원 배지를 못 달게 되면 자칫 정치적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전국지표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