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부가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12년 전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2014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에서 자신의 수상 소감 무대를 노숙 청년에게 내어줬던 사이러스가 이제는 거리의 여성들에게 실제로 돌아갈 집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이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Billboard)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마일리 사이러스와 어머니 티시 사이러스가 지난 12년간 노숙 청소년과 여성들을 위해 이어온 사회공헌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마일리 사이러스 재단(Miley Cyrus Foundation)은 LA 다운타운 여성센터(Downtown Women's Center·DWC)의 주거 지원 사업인 'HOME 캠페인'에 1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캠페인을 통해 LA의 대표적인 노숙인 밀집 지역인 스키드로에는 97세대 규모의 영구 지원주택 '로사의 집(Rosa's Place)'이 건설되고 있다.
로사의 집은 노숙을 경험한 여성과 폭력 피해 생존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곳은 입주자들이 임시시설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사이러스 모녀는 주거시설의 실내 디자인에도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LA 다운타운의 행사장 비비아나에서 열린 다운타운 여성센터의 '2026 에브리 우먼 하우스드 갈라(Every Woman Housed Gala)'에서는 마일리 사이러스와 어머니 티시 사이러스의 오랜 사회공헌 활동을 기리는 시상식이 진행됐다.
센터가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약 600명이 참석했다. 행사에서 모인 220만 달러에 마일리 사이러스 재단의 기부금 100만 달러를 더해 총 320만 달러(약 45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확보했다.
마일리 사이러스가 노숙 문제에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선 것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당시 21세였던 사이러스는 히트곡 'Wrecking Ball'로 최고상인 '올해의 비디오' 수상자로 호명됐다. 정작 트로피를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사람은 사이러스가 아니었다.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22세 청년 제시 헬트(Jesse Helt)였다. 그는 LA에서 노숙 생활을 경험한 청년이었다.
헬트는 수상 소감 대신 미국의 노숙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을 이야기했다. 거리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알리고, LA의 청소년 지원 단체 '마이 프렌즈 플레이스(My Friend's Place)'에 관심과 도움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사이러스는 객석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대신, 평소라면 세상의 주목을 받기 어려웠을 한 청년에게 마이크를 건넨 것이다. 세계적인 스타들이 모인 화려한 시상식 무대는 그렇게 노숙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가 됐다.
그날의 선택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다. 사이러스는 2015년 비영리단체 '해피 히피 재단(Happy Hippie Foundation)'을 공식 출범시키고 노숙 청소년과 성소수자 청소년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 활동을 본격화했다. 현재 해피 히피 재단은 마일리 사이러스 재단의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
사이러스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털어놨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는 언제나 안전하게 돌아갈 집이 있었고, 자신을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가족이 곁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또래의 수많은 청년은 그런 환경을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LA에서조차 많은 청소년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 행동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였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일 마이 프렌즈 플레이스는 LA 할리우드 지역에 노숙 및 주거 불안정 상태에 놓인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지원 캠퍼스를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사이러스는 이번 신축 사업의 모금 캠페인에 명예 의장(Honorary Chair)으로 참여하고 있다.
새 캠퍼스는 할리우드 불러바드 5850번지(5850 Hollywood Boulevard)에 들어선다. 청소년들이 한 공간에서 식사와 의료·정신건강 지원, 심리상담, 교육, 취업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조성될 예정이다.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니지 않고도 한곳에서 생활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이 프렌즈 플레이스는 지난 7일 발표한 공식 자료에서 새 캠퍼스 건립을 위해 총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규모의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1130만 달러 이상을 확보해 전체 목표액의 55%를 넘어섰다.
공사는 2027년 4월 착공해 2028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9년 정식 개관할 계획이다.
1988년 활동을 시작한 마이 프렌즈 플레이스는 LA 지역에서 노숙 및 주거 불안정을 겪는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식사, 의료·정신건강 지원, 교육, 취업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온 비영리단체다.
마일리 사이러스는 2006년 디즈니 채널 드라마 '한나 몬타나(Hannah Montana)'의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미국의 가수 겸 배우다. 이후 '파티 인 더 유에스에이(Party in the U.S.A.)', '레킹 볼(Wrecking Ball)', '플라워스(Flowers)' 등 히트곡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팝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23년 발표한 '플라워스'로 202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와 '베스트 팝 솔로 퍼포먼스'를 수상했으며, 2025년에는 비욘세와 협업한 '투 모스트 원티드(II MOST WANTED)'로 '베스트 컨트리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그래미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