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CJ제일제당의 최근 행보를 종합해보면 대응 범위는 생산 기술 고도화를 넘어 원료 조달망과 현지 생산 기반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 미국 곡물기업 ADM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의 발효 기술과 기존 생산·영업 자산에 ADM의 현지 생산시설과 곡물 조달 기반을 더해 범용 아미노산의 제조원가를 낮추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미국 곡물기업 ADM과 미주 사료용 아미노산 사업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었다. CJ제일제당 측이 지분 63%, ADM이 37%를 보유하는 구조다. CJ제일제당은 미국 아이오와주 포트닷지와 브라질 피라시카바의 생산시설, 미국·멕시코·브라질의 영업 자산을 출자한다. ADM은 미국 일리노이주 디케이터 공장의 아미노산 생산시설을 제공한다. 합작법인은 관계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와 인허가 절차를 거쳐 출범할 예정이다.
두 회사의 생산시설과 영업망을 결합하면 미주 시장의 생산·판매 연계를 강화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이 기존 미국·브라질 생산시설과 미주 영업망을 ADM의 생산 기반과 결합하면 현지 생산·판매 역량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ADM은 미국 내 150개 이상의 제조시설과 240여 개 조달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5만6천 곳 이상의 미국 농가와 협력하고 있다. 이러한 현지 기반은 수요에 맞춰 제품 공급을 조정하고 생산과 판매 간 연계를 강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특히 ADM의 곡물 조달망은 사료용 아미노산의 원료비와 운송비를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라이신 등 사료용 아미노산은 옥수수에서 얻은 당류를 미생물로 발효해 생산하는 만큼 곡물 구매 가격과 운송 비용이 제조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곡물 생산지와 가공시설, 운송망을 연결한 ADM의 공급 기반을 활용해 원료 확보 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합작법인의 원가 경쟁력을 가늠할 요소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조치는 한국산 라이신의 가격 경쟁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미국은 2026년 9월 중국산 라이신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명령을 확정했다. 업체별 반덤핑 관세 예치율은 73.37~139.65%, 상계관세율은 48.21~82.11%다. 두 관세를 단순 합산하면 업체별로 약 121.6~221.8%에 이른다. 유럽연합이 중국산 라이신에 부과한 확정 반덤핑 관세율 47.7~58.2%보다 높은 수준이다.
관세로 확보한 시장 기회를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생산원가 절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관세 장벽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춰 한국산 라이신의 미국 시장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정책 변화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관세에 따른 가격 우위만으로 장기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관세 효과가 약해진 뒤에도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범용 아미노산의 원가를 낮추는 동시에 알지닌·이소류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는 것도 필요한 대응이다.
중국 업체들의 생산 확대와 저가 공세는 라이신 시장의 가격 하락 압력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인덱스박스에 따르면 중국의 2024년 라이신 생산량은 약 120만 톤으로 세계 생산량의 55%를 차지했다. 중국의 라이신 및 관련 제품 수출량도 같은 해 111만9천 톤에 달했다. 공급 규모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경쟁이 거세지면서 유럽 시장 라이신 가격은 2025년 4분기 톤당 1255유로로 떨어졌다. 같은 해 1분기보다 44.6% 낮은 수준이다.
가격 하락과 경쟁 심화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바이오사업부문 영업이익은 2025년 2034억 원으로 2024년보다 36.7% 감소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2% 증가한 2조3396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49.4% 줄어든 965억 원에 그쳤다. 1분기 영업이익은 55억 원으로 급감했고, 2분기에도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 감소했다.
물론 바이오사업의 실적 부진을 중국산 아미노산의 영향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CJ제일제당은 고수익 스페셜티 아미노산의 업황 부진과 트립토판 시장의 경쟁 심화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만 라이신 등 범용 사료용 아미노산은 중국 업체와 가격 경쟁이 치열한 주요 대량생산 품목인 만큼 원가 경쟁력이 바이오사업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