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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은 왜 자꾸 과거로 돌아갈까. 스마트폰은 더 선명한 사진을 찍고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원하는 곡을 즉시 들려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래된 디지털카메라를 찾고, LP와 CD를 모으며, 유선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는다. 

이러한 복고 소비에는 현재의 일상에서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 욕구가 투영돼 있다. 효율과 편리함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감각과 설렘, 위로를 과거의 물건과 경험에서 찾는 것이다. 

'과거 소비'는 기술의 발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정서적 만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허프 트렌드] 복고 열풍에서 드러난 현대인의 정서적 결핍 : 낭만을 그리워하며 옛날을 사다
아이돌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가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채 거울 셀카를 찍고 있다. 유선 이어폰은 Y2K·뉴트로 감성을 드러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조사에서도 아날로그 경험에서 감동을 찾는 경향이 나타났다. 트렌드 분석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6년 3월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9%는 디지털 기기 이용이 늘수록 아날로그 활동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디지털 콘텐츠보다 아날로그 콘텐츠에 더 큰 감동을 느낀다는 응답은 53.8%였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응답도 64.3%에 달했다.

실제 소비에서도 과거의 물건을 다시 찾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2026년 3월 중고 디지털카메라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1% 늘었고, 필름카메라는 274%, 다마고치는 484% 증가했다.

또 다른 플랫폼 중고나라에서도 2026년 상반기 골동품·고미술품 거래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으며 거래액은 183% 증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레트로 소비가 일부 제품의 유행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품목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트로를 둘러싼 온라인 담론에서는 정서적 의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KPR 인사이트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레트로 감성’ 관련 온라인 언급량은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12만6689건에서 2025년 6월부터 2026년 5월까지 18만3168건으로 44.6% 증가했다.

연관 키워드도 ‘빈티지’, ‘LP’, ‘아날로그’ 등 제품과 스타일을 가리키는 표현에서 ‘위로’, ‘공감’, ‘따뜻함’, ‘낭만’, ‘어린 시절’ 등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확장됐다. 레트로가 과거의 외형을 재현하는 취향을 넘어 위안과 공감, 추억을 환기하는 정서적 경험과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선 이어폰의 재등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무선 이어폰이 보편화한 가운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선 이어폰을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스파 카리나와 방탄소년단(BTS) 뷔 등 유명 연예인들이 유선 이어폰을 착용한 모습을 공개하면서 Y2K·뉴트로 감성을 표현하는 소품으로도 주목받았다.

유선 이어폰은 충전할 필요가 없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선이 옷이나 가방에 걸리고 기기에 직접 연결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다. 그럼에도 과거의 디자인과 감각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 무선 제품과는 다른 사용 경험을 즐기려는 욕구가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편리함뿐 아니라 감각과 취향, 경험에서 얻는 만족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과거를 향한 그리움이 현재의 정서적 욕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향수는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는 감정을 넘어, 과거의 사람과 관계, 경험을 떠올리며 사회적 유대감과 삶의 의미를 되찾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학술지 ‘심리학의 최신 동향(Current Opinion in Psychology)’에 2023년 게재된 연구 리뷰는 향수가 사회적 연결감과 자기 연속성, 낙관성 등 심리적 자원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서 부족하게 느끼는 연결감과 안정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행동 연구에서도 향수는 소비를 설명하는 주요 요인으로 다뤄진다. 같은 학술지에 2023년 발표된 ‘향수와 소비자 행동(Nostalgia and consumer behavior)’ 리뷰는 심리적 위협이나 불안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감정이 이후 소비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숙한 상품과 콘텐츠를 찾는 행위 역시 단순한 취향을 넘어 불확실한 현재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친숙함을 얻으려는 반응일 수 있다. 레트로 소비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인 동시에, 현재의 삶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정서적 만족을 보완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레트로 열풍을 정서적 결핍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희소한 제품을 수집하려는 욕구와 개성을 표현하려는 취향, 빈티지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복고 소비를 이끄는 요인이다. 다만 아날로그 경험에 대한 선호와 과거의 물건을 찾는 행동, 레트로를 둘러싼 정서적 키워드의 증가는 소비자가 기능과 효율 외에도 다른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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