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상장 이후 2년 넘게 실행되지 않던 인수합병(M&A)을 가시화하며 성장에 속도를 낸다.
김 사장은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의 ‘믿을맨’으로 평가되며 큰 기대를 받아 왔다. 김 사장은 조선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대표까지 지냈던 기획 능력을 토대로 인수 이후 폭넓은 시너지를 창출해 정 회장의 미래 성장 전략에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는 데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김성준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이 3315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M&A) 결단을 내렸다. 사진은 김 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시절인 2024년 7월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함정기술연구소 개소식에서 정기선 당시 HD현대그룹 부회장(왼쪽에서 두 번째)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12일 HD현대마린솔루션에 따르면 내년 2월28일까지 글로벌 선박·육상발전용 엔진 서비스 전문기업 골텐스 지분 인수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이는 상장 이후 첫 대규모 M&A라는 점에서 시선이 몰린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앞서 8일 골텐스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골텐스 최대주주와 체결했다. 양수금액은 2억4700만 달러(약 3315억 원)다.
골텐스는 1940년 뉴욕에서 설립돼 85년 동안 선박과 육상 발전소에 탑재되는 엔진의 유지·보수(MRO) 분야를 선도해 온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이다.
김 사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이후 2년 넘게 추진하던 M&A를 비로소 실행에 옮기게 됐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24년 5월8일 코스피에 상장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당시 상장을 통해 3700억 원을 조달했고 이 자금을 M&A에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2년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M&A는 이뤄지지 않았다. 상장 2개월 뒤인 2024년 7월 해운물류 스타트업 기업에 30억 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 주요 움직임이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의 상장 뒤 첫 대규모 M&A가 김 사장의 리더십 아래 진행됐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김 사장은 조선해양공학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사업기획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조선해양공학과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는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 현대중공업으로 HD현대그룹에 합류해 현대중공업에서 기획실 기획팀장 부문장을 지내다가 2019년부터 HD한국조선해양에서 일했다.
HD한국조선해양에서 경영지원실 기획 부문장, 미래기술연구원장, 최고기술책임자(CTO), 유럽R&D센터 법인장을 두루 지내다가 2024년부터 2년 동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이어 지난해 말 인사를 거쳐 올해부터 HD현대마린솔루션을 이끌고 있다.
가장 최근까지 HD현대그룹 조선 중간지주사에서 정 회장과 각자대표로 조선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김 사장은 정 회장의 ‘믿을맨’으로 꼽힌다. 김 사장은 HD현대그룹 상장 계열사 8곳 대표이사 가운데 1972년생인 HD현대마린엔진의 유정대 대표를 제외하면 가장 젊은 리더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게다가 김 사장이 HD현대그룹에 합류한 데는 정 회장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파트너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정 회장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재직했다. 당시 김 사장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정 회장이 그를 그룹에 영입하는 데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이 지난해 말 인사에서 김 사장을 HD현대마린솔루션으로 배치한 것은 조선·해양 분야 종합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가치를 높게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블룸버그도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 직후 보도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그동안 기술주 중심이어서 선박 서비스 기업은 저평가됐는데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을 계기로 모멘텀이 생겼다”며 친환경 선박 수요 등과 함께 회사의 사업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그룹 조선 중간지주사를 이끌었던 경험을 살려 이번 인수를 통해 다른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과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발전원으로서 육상 발전용 엔진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여기에 골텐스가 이미 구축한 현지 MRO 역량이 동반 상승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골텐스는 뉴저지 본사를 포함해 미주와 유럽, 아시아 등에서 수리거점 28곳과 법인 31개를 운영하며 숙련 인력 13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일례로 HD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한 두 건의 AI 데이터센터 발전용 엔진 사업지는 모두 텍사스에 위치하는데 골텐스 역시 텍사스에 거점을 보유해 빠르게 시너지를 낼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골텐스의 현재 매출 가운데 20%는 육상 발전용 엔진 관련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김 사장은 HD현대마린솔루션 내부에서도 결합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을 두고 있다. 해외 수리 거점과 대규모 전문 기술 인력은 쉽사리 구축하기 어려운 만큼 골텐스가 축적해 온 고객 대응 체계, 서비스 노하우 등을 내부에 접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이번 인수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HD현대그룹 밖의 다른 기업이 건조한 선박으로 서비스 사업 범위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골텐스는 고객사 2300여 곳과 5500여 척에 이르는 선박 서비스 일감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김 사장은 골텐스의 기존 최고경영자(CEO) 중심 독립경영 체제를 유지해 기술력과 현장 노하우의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HD현대마린솔루션 분석보고서에서 “골텐스는 선박과 발전소 현장에서 MRO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 육상 발전용 엔진공장 증설에 따른 후속 MRO 사업 확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고 내다봤다.
HD현대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이번 인수는 상호 시너지를 극대화해 두 회사가 함께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기존 골텐스의 운영 철학을 존중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지속해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