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장 기업 가운데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체들이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다른 업계 기업들은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K-자형'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26년 3월2일 중국 상하이 루자주이 금융 지구의 보행자 다리를 걷는 사람들 밑의 전광판에 상하이 증시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중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 가운데 4분의1은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반도체와 석유·광물 자원 기업의 실적은 크게 증가하면서 상장된 기업 총합 순이익이 약 20% 올랐음에도 부동산, 자동차, 식품, 태양광 기업은 실적 부진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성장할 때 일부 계층이나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다른 쪽은 침체하며 격차가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인 'K-자형' 성장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약 5400개 기업의 총 순이익은 1조9천억 위안(약 391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증가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상반기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이 수치에서 금융 회사는 제외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원인이다. 인공지능(AI) 서버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제조업체 창신메모리는 776억 위안(약 16조 원) 규모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AI 반도체 제조업체인 캠브리콘테크놀로지스는 순이익 28억9천만 위안(약 594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와 금, 구리, 리튬 등 광물 자원 기업들도 원유 가격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유럽 최대 금융 그룹 BNP파리바의 윌리엄 브래튼 현금 주식 리서치 책임자는 닛케이아시아에 "(중국 증시의) 긍정적 실적 호조는 전반적 현상이 아니다"고 평가했다.
실제 중국 증시 상장 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인 약 2700개 기업이 실적 감소를 기록했으며, 1411개 기업은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10% 증가한 수치며, 중국 증시 상반기 기준 사상 최고치인 약 26%에 해당한다.
특히 부동산, 슈퍼마켓, 식품 기업이 큰 타격을 받았으며, 제조업 가운데에서는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들의 순이익이 줄었다.
부동산 그룹인 차이나반케는 올해 상반기 149억 위안(약 3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중국 증시 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상장한 104개 부동산 기업 가운데 60개 기업이 순손실을 보고했다.
중국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상하이와 일부 대도시의 주택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신규 주택 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자산 가격 하락으로 중국 소비자들은 더욱 절약하는 추세에 나섰다.
이에 기업들의 수익성은 줄고, 특정 업계에서는 가격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 슈퍼마켓 체인 용후이슈퍼마켓은 실적이 부진한 매장을 폐쇄해야 했고 올해 상반기 매출은 237억9천만 위안(약 4조9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한 수치다.
중국 상장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실적 감소를 보인 기업은 중국 1위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무위안식품이다. 무위안식품은 올해 상반기에 60억 위안(약 1조24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05억 위안(약 2조17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기차 제조업체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중국 1위 전기차 그룹 BYD의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5% 감소해 123억2500만 위안(약 2조3500억 원)에 그쳤고, 10위권 내에 드는 세레스그룹은 17억2천만 위안(약 353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란 전쟁으로 친환경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국의 태양광 패널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었다. 그러나 업체들 사이에서 가격 경쟁이 발생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악화됐다.
중국 1위 태양광 기업 징코솔라홀딩스는 약 11억6천만 위안(약 239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닛케이아시아는 "해당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거의 두 배로 늘어 73개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2030년까지의 5개년 경제 계획에는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산업 현대화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로디움 그룹의 분석가들은 닛케이아시아에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이) 부동산 및 인프라 투자와 같은 전통적인 산업에 비해 여전히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