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평양 강동군병원에 93억 원 규모의 의료장비 1431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국내 병원에서 사용하는 필수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을 보내 북한 주민의 의료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다만 국민의힘 등 야당에서 엑스레이를 포함한 일부 장비가 군수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지원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일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평양 외곽 강동군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보건의료 협력 보따리’ 사업의 일환으로 평양 강동군병원에 진단·수술·치료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품목에는 진단용 엑스레이와 청진기·혈압계, 수술용 수술대와 무영등, 치료용 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 등이 포함됐다. 통일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의 협조를 받아 국내 병원에서 사용하는 필수 의료기기와 의료용품을 참고해 166종의 품목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마련된 지원안이 그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통일부는 북한과 협의가 필요한 계획안으로, 제조사와 모델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세부 품목과 단가도 북한과의 협의 및 구매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과의 직접 소통이 끊긴 상황인 만큼 북한의 수용 의사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5월 인도주의적 의료장비 지원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의료장비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지원 대상인 강동군에 북한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원회가 있다며 일부 의료기기가 생화학무기 개발·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엑스레이 등 일부 의료장비가 의료 목적이 아닌 무기 결함을 확인하는 검사장비 등으로 개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두고 북한의 핵·군사 정책과 주민에 대한 의료지원은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북한의 핵·군사 정책과 주민의 질병 치료를 연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신영전 한양대 의대 교수도 의료장비의 실제 사용처를 즉시 확인하자는 것은 지원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