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약속한 '대규모 대미 투자'가 실제 사업 집행 단계에 들어선다. 첫 사업으로 약 30조 원 규모의 미국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유력한 가운데 후속 사업으로 미국 내 원전 최대 8기 건설도 검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를 지렛대 삼아 끌어낸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이 미국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시작으로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대미 투자 사업의 최우선 원칙으로 '상업적 합리성'을 강조해온 만큼, 미국의 요구와 한국의 실익을 얼마나 함께 확보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7일 국회에서 비공개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미 투자 사업과 한미 간 협상 상황을 더불어민주당 재정경제기획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223억 달러, 우리 돈 약 30조 원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첫 사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며,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 건설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이르면 18일 관련 합의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해 한미 관세협상에서 미국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전략산업 분야 2000억 달러와 조선업 분야 1500억 달러 등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후 정부는 한미전략투자공사를 출범시키고 구체적인 투자 사업 선정에 들어갔다.
첫 사업으로 거론되는 엔시날 발전소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한 텍사스에 대규모 가스발전 설비를 짓는 사업이다. 당초 한국 측이 검토한 사업비는 198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미국 측이 250억 달러 규모를 제안하면서 양측이 223억 달러 선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사업으로는 미국 내 대형 원전 최대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 측이 제안한 사업 규모는 최대 1200억 달러로 알려졌으며, 한국은 구체적인 투자액을 확약하기보다 포괄적 협력 방안을 합의문에 담는 방향으로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참여를 요구해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관건은 관세 인하를 위해 약속한 대미 투자가 실제 집행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수주와 시장 진출 등 실익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정부는 개별 사업의 예상 수익이 투자 원리금을 충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상업적 합리성'을 핵심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첫 사업부터 미국 측의 증액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사업 선정 과정에서 정부가 강조해온 '상업적 합리성'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