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될 지방이전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이뤄진 중앙행정기관의 세종시 이전,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진행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에 뒤따르는 조치다. 당시 총 43개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이 세종시로, 총 153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각각 옮겨간 바 있다.
정부세종청사 일대 풍경 ⓒ 연합뉴스
이번에 발표된 방향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서울과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그 소속기관을 세종시로 마저 옮긴다.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기관부터 차례로 이전하며, 이를 위한 법 개정도 미리 추진한다.
또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2029년, 국회 세종의사당을 2033년 건립해, 세종을 명실상부한 국정 운영의 중심으로 완성한다.
아울러 ‘수도권 잔류 최소화’라는 원칙 아래, 수도권에 있는 350여 공공기관에 대한 2차 지방이전을 본격 추진한다. 기존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기능별로 묶어 집적 배치하는 전략을 통해 지방이전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각지에 자립 가능한 성장거점을 구축함으로써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구와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기형적인 일극체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이후 세종시와 혁신도시 육성을 통해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했는데도 수도권 집중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2차 이전으로 수도권 일극체제를 전국 다극형 성장체제로 바꾸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균형발전 확대와 지방재정 축소를 동시에?
그런데 정부는 국토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와 비슷한 시점에 이 같은 취지에 반하는 정책도 함께 내놓았다. 미래대응기금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래대응기금은 1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7년도 예산안’의 핵심을 이루는 사안이다. 국세수입 중 최근 10년간의 내국세 증가 추세선을 웃도는 추가세수분(162조3천억 원)을 활용해 잠재성장률 제고의 핵심축인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45조4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미래대응기금이 지방정부의 몫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책정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적립액을 내국세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인데, 이렇게 되면 국세 중에서 일정비율로 할당하도록 돼 있는 지방정부의 몫이 줄어들게 된다.
현행법은 국세 중 관세를 제외한 내국세의 19.24%를 보통교부세(19.24% 중 97%)와 특별교부세로, 20.79%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자동 연동해 각각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에 지급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 전출 이후 2027년 보통교부세를 67.6조 원으로 편성했다. 공공재정을 연구하는 민간연구소인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 전출이 없었다면 2027년 보통교부세는 약 97.2조 원으로 2026년 66.2조 원보다 30.9조 원(46.7%) 증가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1.3조 원(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즉 지방정부가 받을 돈이 29.6조 원 줄어든 것이다.
보통교부세는 용처가 정해져 있는 특별교부세와 달리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자주재원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의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그 대신 미래대응기금 지방계정으로 15.3조 원을 둬 지방재정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지방계정은 중앙정부가 사업 대상과 목적, 지원 방식을 정하는 재원이어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원래 보통교부세로 받아야 할 돈이니, '뺏었다가 돌려주며 생색낸다'는 비난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30조 원이 넘은 지방정부 일반재원의 산정방식을 변경하면서 지자체별 영향과 충분한 협의 과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재정분권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진정한 균형발전은 분권 실현
수도권에 집중된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분명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지역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그들의 소속이 지방정부로 바뀌는 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중앙정부 소속이며,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는 간접적이고 장기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진정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주민의 삶과 복지를 직접 챙기는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이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방정부와 교육청에서 사용하는 돈이 중앙정부에서 쓰는 돈보다 훨씬 많은데도 실제로는 국가예산이 지방예산보다 크다. 2026년 당초예산 기준으로 보면, 지방에서 사용하는 재정은 전체 국가재정의 58.2%로 중앙정부(41.8%)에 앞선다. 하지만 국가예산과 지방예산의 규모 차이는 오히려 55.6%대 44.4%로 역전된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수입원이 되는 세금을 기준으로 보면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은 74.7%대 25.3%(2024년 기준)로 그 차이가 더 벌어진다. 요컨대 나라의 전체 재정 지출에서는 4대 6으로 지방정부의 비중이 크지만, 재원인 세금은 7.5대 2.5의 비율로 중앙정부가 대부분을 가져간다는 뜻이다. 이는 지방이 중앙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오랜 기간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민선 1기 지방정부가 수립된 1995년 78.8대 21.2였던 이 비율은 여전히 거의 변화가 없다.
이번에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면서 지방정부가 확보했어야 할 재정에 손댄 것, 그러면서도 사전에 충분히 협의하지 않은 것은 중앙정부가 여전히 중앙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균형발전의 핵심인 재정분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다시 머리를 맞대 제도를 설계하고, 더 나아가 재정분권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