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일주일 만에 5%포인트가 뛰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이 자체적으로 뚜렷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냈다기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8·30 개각 이후 인사 논란이 잇따르는 사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의힘 내홍을 지켜보며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고 했던 말이 1년여 만에 거꾸로 현실이 된 셈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윗줄 왼쪽부터)·김승원 법무부·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용혜인 성평등가족부(아랫줄 왼쪽부터)·홍지선 국토교통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8·30 개각을 둘러싼 후폭풍은 발표 9일째에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각종 논란에 휩싸인 김승원 법무부·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인사위원장의 책임 아래 인사 시스템을 거쳐 지명된 후보"라며 인사청문회를 통한 검증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개각 인사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승원·용혜인 후보자를 거론하며 "인사는 메시지다.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이번 인사는 '자기 죄 지우기를 반드시 하겠다', '청년층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까지 직접 언급하며 국정기조 전환도 요구했다.
논란은 두 후보자를 넘어 다른 개각 인사로 계속 번지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996년생 장남이 올해 취득한 7억 원 상당의 상가를 국회에 제출한 재산 목록에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 후보자 측은 서류 작성 과정의 실수라며 뒤늦게 수정 자료를 제출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까지 열어 사퇴를 요구했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역시 과거 지역 지방선거 출마자들로부터 고액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놓고 야당으로부터 '공천 헌금' 의혹을 받고 있다. 이 후보자 측은 후원과 공천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해명에 나섰다.
개각을 둘러싼 부정적 흐름은 여론조사에서도 엿보인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로 직전 조사 25%보다 5%포인트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이 기록한 최고치다. 반면 민주당은 같은 기간 39%에서 38%로 1%포인트 하락했다. 양당 격차도 14%포인트에서 8%포인트로 좁혀졌다.
같은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2%에서 40%로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부정평가 이유 가운데 '인사'를 꼽은 응답이 직전 조사 1%에서 9%로 한 주 만에 급증했다.
한국갤럽만의 흐름도 아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2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1.6%포인트 오른 33.6%로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은 3.2%포인트 떨어진 39.3%로 집계돼 양당 격차가 5.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 역시 1.6%포인트 하락한 41.2%였다.
특히 KSOI는 8·30 개각 자체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긍정평가는 37.7%에 그친 반면 부정평가는 46.6%로 8.9%포인트 높았다. 중도층에서도 부정평가가 48.5%로 긍정평가 41.6%를 앞섰다.
이 같은 상황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의힘을 향해 했던 발언과 묘하게 맞물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25년 5월10일 경남 창녕군 창녕공설시장을 찾아 즉흥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시 국민의힘은 대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김문수 후보 교체 문제를 둘러싼 극심한 내홍에 빠져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10일 경남 창녕군에서 유세하던 가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정치는 우리가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집단을 보니 그 생각이 든다"며 "저는 아무 짓도 안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의 자중지란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상대 진영의 실책 자체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1년 조금 넘게 지난 지금은 상황이 뒤바뀐 모습이다. 이번 개각 직후 가장 먼저 논란의 중심에 선 용혜인 후보자의 경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야당뿐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원직 사퇴 요구가 나왔다. 여기에 기본소득당을 둘러싼 '가족정당', '언더조직'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집권 여당이 청와대가 지명한 후보자를 엄호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승원 후보자 역시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온 전력에 더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과정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민원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의힘의 집중 공세 대상이 됐다. 김 후보자는 해당 민원이 부정한 청탁이 아니라 지역구 주민의 고충을 관계기관에 전달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논란은 김 후보자 개인을 넘어 민주당 전·현직 인사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브로커와 제약업체 관계자의 문자메시지에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송영길 의원 등이 언급된 점을 들어 이를 '민주당 오빠들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민주당도 지도부 인사가 참여하는 별도 대응팀을 꾸려 방어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김승원·이형일·이소영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15일 열리고, 강신철·홍지선 후보자는 16일 각각 검증대에 오른다. 용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국민의힘으로서는 청문회 기간 내내 공세를 이어갈 소재가 끊이지 않는 셈이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는 1~3일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0.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KSOI 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해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두 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