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인적분할을 택하면서 재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그 중심에는 김도영 카카오X 대표이사 내정자가 있다. 카카오에 몸담은 지 1년 5개월에 불과한 '뉴 페이스'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축을 맡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를 앞세운 김범수 창업자의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에 몸담은 지 1년 5개월에 불과한 '뉴 페이스' 김도영 카카오X 대표이사 내정자가 카카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축을 맡은 것으로 평가되면서, 그를 앞세운 김범수 창업자의 셈법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 왼쪽은 김범수 창업자, 오른쪽은 김도영 내정자. ⓒ연합뉴스·카카오
8월26일 정보통신기술(ICT)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지배구조 개편 방법으로 지주회사 전환이 아닌 인적분할을 택한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김도영 내정자는 8월21일 카카오의 인적분할 발표 직후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카카오AI가 순수 사업회사를, 카카오X가 투자회사를 맡는 구조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시선은 달랐다. 이지은 KB증권 연구원은 "카카오X는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등 주요 자회사를 보유하는 지주사 성격이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이번 결정으로 지주회사 성격은 강해졌다"고 바라봤다. 발표 당일 주가가 7.49% 하락한 것 역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선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이런 우려에는 근거가 있다. 카카오의 인적분할 발표 자료만 보면 카카오X는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X의 자산총액은 약 6조2천억 원이고, 인적분할로 보유하겠다고 밝힌 자회사 주식의 현재 장부금액을 합치면 약 3조3천억 원으로 자산총액의 50%를 넘는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이면서 자회사 주식가액이 자산총액의 50% 이상이면 회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주회사 전환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그럼에도 김도영 내정자가 '지주회사 전환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대표를 맡아온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배구조 개편에서 지주사 요건을 피해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이사회는 인적분할을 의결한 날 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카카오X에 흡수합병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8월24일 공시된 합병계약서에 따르면 합병기일은 2027년 1월1일로 인적분할 기일과 같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가 보유한 자회사 지분 가운데 장부금액이 1조1958억 원으로 가장 크다. 동시에 두나무 지분 매각대금을 비롯한 현금성자산 2조3천억 원을 보유한 곳이기도 하다.
합병이 이뤄지면 카카오는 지주회사 성립 요건과 확실히 거리를 둘 수 있다. 자회사 지분에서 1조1958억 원이 빠지면서, 카카오X의 자회사 비중은 30% 안팎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지주회사 요건을 여유 있게 밑도는 수치다.
김도영 내정자가 대표로 있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카카오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는 2025년 3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영입되면서 카카오그룹과 본격적 인연을 시작했다.
1975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2001년 삼성SDS에서 선임컨설턴트로 일한 뒤 2007년 삼성증권에서 M&A팀장과 기업금융2그룹장으로 일하며 금호타이어 매각(2018년), 쥬비스다이어트 매각(2020년), 인터파크 인수(2021년) 등의 거래에서 자문을 맡았다.
그의 이력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영입되기 직전인 2022년이다. 코오롱그룹으로 옮긴 그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자동차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된 코오롱모빌리티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인적분할 신설법인의 초기 자금 운용을 직접 주도해본 인물로서, 김범수 창업자로선 인적분할 이후 카카오X의 경영 안정을 위해서라도 비슷한 상황을 겪은 인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김도영 내정자가 외부에서 영입된 지 얼마 안 된 인사라는 점도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시장의 의혹을 피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는 2023년 경영진 모럴해저드 논란과 사법 리스크가 겹치며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김범수 창업자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를 밝히며 쇄신에 나섰고, 2023년 138개였던 계열사는 86개로 줄었다.
당시 카카오 위기의 핵심은 케이큐브홀딩스의 '편법 지주사' 논란이었다. 이는 김범수 창업자의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법적으로는 지주회사가 아니면서 사실상 카카오 지배구조 최상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이 논란은 2022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정점에 달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곧바로 소송으로 맞섰고, 법원이 케이큐브홀딩스 손을 들어주면서 김범수 창업자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소송 과정에서 카카오의 '지주회사 전환'을 둘러싼 시장의 따가운 시선은 그대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