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리 음악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팝스타로 성장한 테일러 스위프트가 미국 컨트리 음악의 전설 돌리 파튼의 별세를 애도했다.
미국 컨트리 음악 스타 돌리 파튼이 2014년 6월29일(현지시각) 영국 서머싯주 워디 팜에서 열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의 피라미드 스테이지에서 공연하고 있다(왼쪽). 테일러 스위프트가 2024년 5월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에라스 투어' 콘서트에서 파리 라 데팡스 아레나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있다. ⓒ로이터/AP/연합뉴스
스위프트(36)는 25일(현지시각) '피플(PEOPLE)'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돌리가 없는 세상은 가능하지도 현실 같지도 옳게 느껴지지도 않는다”고 추모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돌리가 이 세상에서 자신의 시간을 영원히 아낌없이 내어주며 수많은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꿔놓았기에, 그의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돌리는 우리가 우러러볼 수 있는 누군가가 되어주는 동시에, 각자의 모습 그대로 살아가도록 격려했다”고 고인을 떠올렸다.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브렌트우드의 돌리 파튼 자택 밖에 마련된 임시 추모 공간에 팬들의 꽃이 쌓여있다. ⓒAP/연합뉴스
앞서 파튼은 25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조카 브라이언 시버가 이날 영상을 통해 별세 소식을 알렸으며, 짧은 기간 암과 싸운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파튼은 'Jolene', '9 to 5'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싱어송라이터이자 배우, 사업가로 활동했다. 특히 휘트니 휴스턴이 영화 '보디가드'에서 불러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I Will Always Love You'를 직접 작사·작곡한 원곡자이기도 하다. 음악뿐 아니라 어린이 독서 지원 등 자선활동에도 꾸준히 힘을 쏟았다.
"우리에겐 돈이 없었지만, 나는 내가 누릴 수 있는 만큼 부유했다 / 여러 색깔의 외투를 입고서(Although we had no money, I was rich as I could be / In my coat of many colors)"
돌리 파튼의 1971년 곡 'Coat of Many Colors'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출발했다. 그는 1946년 1월19일 미국 테네시주 세비어 카운티에서 12남매 중 한 명으로 태어나, 작은 방 하나짜리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교에서 외투가 초라하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지만, 파튼은 어머니가 헌 천 조각을 이은 그 외투를 입은 순간, 자신은 세상 누구보다 부유하다고 느꼈다. 파튼은 훗날 그 기억을 노래로 만들었고, 가난 속에서도 사랑과 자부심을 발견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그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가 됐다.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돌리 파튼의 벽화 앞에 추모의 꽃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스위프트는 파튼의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여성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며 독창적인 길을 걸어온 태도와 나눔의 삶을 높이 평가해왔다.
스위프트는 “돌리는 세상에 대한 교훈을 부드럽고 솔직하게, 동시에 때로는 아주 유쾌하게 전해줬다”고 기억했다.
그는 “돌리는 자신의 삶의 일부에서는 세상에 궁극적인 신비와 환상을 선사하면서도 정작 중요한 부분에서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다”며 “어떻게 그렇게 한 사람 안에 진정한 우아함과 진정한 강인함을 모두 담아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 앞에서는 가장 여린 마음을 지녔지만, 예술가로서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다”고 소개했다.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컨트리 음악의 아이콘 돌리 파튼이 향년 80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사람들이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Hollywood Walk of Fame)에 있는 파튼의 스타를 찾은 가운데 한 사람이 추모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위프트가 특히 언급한 것은 파튼의 음악과 자선활동이었다. 파튼이 1995년 시작한 '상상 도서관(Imagination Library)'은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책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파튼은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어린 세대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 사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스위프트는 "가장 차가운 마음조차 녹여준 그가 쓴 멜로디와 가사에 감사한다"며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수백만 권의 책을 선물해 아이들이 자신처럼 이야기와 사랑에 빠질 수 있도록 해준 것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같은 어린 소녀들이 언젠가 서커스에 합류하는 꿈을 꿀 수 있도록, 그가 걸어온 아슬아슬한 줄타기에도 감사한다"며 "돌리, 나는 앞으로 걸어가는 매 순간 당신을 생각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파튼은 2015년 3월 피플과 나눈 인터뷰에서 당시 컨트리 음악에서 팝스타로 성장하던 스위프트를 직접 언급하며 그의 재능과 태도를 높이 평가했다.
파튼은 당시 스위프트를 두고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며 그 꿈을 끝까지 붙잡았다”며 “그렇게 해야 하는 거다. 나는 그가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컨트리 가수 돌리 파튼이 1982년 11월11일(현지시간) 수요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파튼이 스위프트에게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컨트리 음악의 성지’로 불리는 네슈빌을 거점으로 음악가의 길을 개척했다.
두 사람의 서로를 향한 존경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스위프트와 그의 남편 트래비스 켈시가 파튼의 대표적인 자선사업인 '상상 도서관'에 200만 달러(약 28억 원)를 기부했다. 파튼은 지난 7월3일 공개한 영상에서 “너무 놀랐고,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고(故) 미국 싱어송라이터 돌리 파튼을 추모하기 위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분홍색 조명으로 밝혀져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돌리 파튼을 향한 추모 물결은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25일 워싱턴D.C.에서는 워싱턴 기념탑 주변 성조기가 조기로 내려졌고,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고향 테네시주 내슈빌의 한국전 참전용사 다리, 내슈빌 메트로폴리탄 법원 청사에는 파튼을 기리는 분홍빛 조명이 켜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파튼의 별세를 추모하기 위해 일주일간 조기를 게양하도록 지시했다.
시민들이 2026년 8월25일 미국 테네시주 세비어빌 도심에서 고인이 된 미국 싱어송라이터 돌리 파튼의 동상 앞에서 추모하고 있다. 테네시주의 가난한 환경에서 성장해 'Jolene', '9 to 5' 등의 히트곡으로 미국의 문화적 거장으로 자리 잡은 미국 컨트리 음악 가수 돌리 파튼이 향년 80세로 별세했다고 가족이 이날 밝혔다. ⓒAFP/연합뉴스
그의 고향에서도 특별한 장면으로 이어졌다. 파튼의 고향인 미국 테네시주 세비어빌 세비어 카운티 법원 앞에는 기타를 든 그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동상이 세워져 있다. 이날 팬들은 동상 앞에 모여 고향의 자랑이었던 파튼의 삶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