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조 유튜버 '새덕후' 김어진씨가 '살처분만이 과학적 해법'이라 주장하면서 사회적 논의는 뜨거움을 넘어 험악해졌다. 급기야 국회 청원이 성원을 갖춰 해당 상임위 안건으로 올랐다.
'미물'인 고양이 관리를 둘러싼 논란임에도 진영간 대결 양상까지 벌여지면서 일각에서는 혐오의 정서와 발언이 길고양이를 향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우리 사회에 어느새 '혐오의 함정'에 빠져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탐조 유튜브 채널 '새덕후'를 운영하는 김어진씨가 6월20일 공개한 영상에서 조류를 보호하려면 길고양이를 살처분해야 한다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새덕후(Korean Birder)'
31일 국회전자청원 국민동의청원 페이지에 따르면 '새덕후' 김어진씨가 10일 올린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에 관한 청원'과 이에 반대해 16일 게시된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반대 및 인도적 처리 체계 마련에 관한 청원'은 각각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써 두 청원은 나란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 회부될 요건을 충족했다.
길고양이 급식 제한 등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개체 수 관리 문제를 둘러싼 논의가 사회적 해법을 모색하는 장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혐오로 번지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김씨는 2018년부터 탐조 영상을 올려 구독자 50만 명 이상을 모은 유명 유튜브 채널 '새덕후'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20일 '고양이, 이젠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제주도 앞 마라도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뿔쇠오리를 고양이들이 유희 목적으로 사냥하는 장면을 담았다. 해당 영상은 논란이 일자 나중에 '고양이, 이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로 수정됐다.
김씨는 해당 영상과 후속 영상에서 멸종위기 조류를 무분별하게 사냥하는 고양이 개체 수를 줄이려면 살처분이 불가피하며, 이것이 조류를 보호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학계의 일반적 합의는 김씨의 주장과 다르다. 국내외 행정 자료와 장기 연구들은 외부 유입이 이어지는 도심의 개방형 생태계에서 살처분만으로 지속적 개체 수 감소를 이루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반면 김씨가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TNR(Trap Neuter Return, 중성화 후 다시 방사하는 일)은 높은 중성화율과 지속적 관리가 뒷받침될 경우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에 분명히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김씨의 살처분 주장은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의 '심정적 동의'를 두루 얻었고, 급기야 길고양이 돌봄 시민(캣맘 등)은 어느새 도심 환경을 파괴하는 '공공의 적'처럼 내몰렸다.
참고로 김씨의 국회 청원 자체를 곧바로 '살처분 청원'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적절하다. 청원문에는 소유자 확인·공고·반환과 입양 등을 거친 뒤 '보호기간 경과 후 법정 절차'(안락사 등)를 밟도록 요구하고 있다.
올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5년 동물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센터에 구조된 고양이 2만6969마리 가운데 입양된 고양이는 7721마리로 28.6%에 그쳤다. 구조된 고양이들의 입양률조차 30%를 밑도는 상황에서 김씨 주장대로 길고양이 대량 포획까지 현실화된다면, 결국 상당수가 안락사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팔색조 한 쌍이 경북 구미시의 한 야산에서 새끼에게 줄 먹이를 잡아 오고 있다. ⓒ연합뉴스
또 전문가들은 고립된 섬에서 길고양이가 토착 조류를 위협하는 문제와 고양이의 유입이 계속되는 도심 환경의 문제를 같은 방식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2015년 호주 남부 태즈메이니아의 개방된 두 지역에서 13개월 동안 저강도 포획·살처분을 시행한 결과, 살처분 기간 중 '생존이 확인된 최소 고양이 수'가 사전·사후 추정치 대비 각각 75%, 211% 증가했다는 논문 발표가 있다.
기존 개체 수가 사라진 자리에 주변 고양이가 들어오는 '재유입' 현상 때문에, 산발적 살처분이 오히려 개체 수를 늘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수의사 등 전문가들은 TNR 역시 김씨가 단정한 것처럼 '효과가 없다'고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3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TNR 사업이 시행된 7개 주요 도시의 길고양이 밀도는 2020년 1제곱킬로미터당 273마리에서 2022년 233마리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새끼 고양이의 비율도 29.7%에서 19.6%로 낮아졌다.
길고양이들이 강원 강릉시 한 농가에서 눈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스라엘에서 12년간 진행된 대규모 현장 실험에서는 서로 맞닿은 지역에서 70% 이상의 중성화율을 꾸준히 유지할 경우 고양이 개체 수가 연평균 약 7%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NR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일회성이 아닌 밀도와 지속성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길고양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임이 분명하다. 누구는 귀엽고 불쌍에 밥과 물을 챙겨주지만, 다른 누구는 고양이를 보고 기겁한다. 길고양이에 관대한 서구 유럽과 우리는 적어도 문화적 차이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 문제는 과학의 영역에 속한다. 정부와 시민이 힘을 합쳐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해결방법을 찾아갈 때 비로소 해결의 기미가 보인다. 대규모 살처분이 '과학적 결론'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고양이를 싫어하는 이들을 향한 '혐오 선동'은 아닐지 되돌아 볼 일이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다. 정치적 대립이 혐오의 언어로 오염됐고, 사회적 약자를 향한 혐오가 거리에서 거리낌 없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길고양이를 향해 절멸의 언어를 쓰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혹시 혐오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