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많이 기도할지라도 내가 듣지 아니하리니, 이는 너희 손에 피가 가득함이라"(구약성서 이사야 1장 15절)
교황 레오 14세가 성경 구절을 언급하며 전쟁을 일으켜 '피 묻은 손'을 가진 지도자들의 기도는 하느님께서 거부한다는 부활절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교황 레오 14세(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AP/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는 지난 2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 미사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전쟁을 두고 "끔찍하다"며 예수는 전쟁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로이터·AP통신 등 외신은 보도했다.
교황은 예수를 '평화의 왕'으로 규정하며 "누구도 그를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수 없다"며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의 기도는 거부하신다"고 말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바티칸시국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종려주일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또한 교황은 예수께서 자신을 체포하러 온 군인들을 칼로 물리치려 한 제자를 꾸짖은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교황은 "언제나 폭력을 거부하시는 하나님의 온유한 얼굴을 드러내셨다"며 "자신을 구하기보다 십자가에 못 박히도록 스스로를 내어주셨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는 가톨릭 역사상 첫 미국인 출신의 교황이다. 그가 특정 정부나 개인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놨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이번 발언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 펜타곤에서 열린 기도 모임에서 폭력을 정당화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나왔다. 그는 "모든 총알이 정의와 위대한 조국의 적들을 향해 명중하게 하소서", "자비를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 압도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소서"라는 내용의 기도문을 낭독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SNS를 통해 "삶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를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등 종교적 신념을 공적 영역과 연결했다는 비판을 받아 ‘정교 분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공직자의 종교 중립 의무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교황의 발언이 나온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복음주의를 대표하는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의 편지를 다시 올렸다. 그는 자신이 기독교 장로교 신자라고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SNS에 복음주의 목사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의 편지를 올렸다. ⓒ트루스 소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복음주의 목사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지난해 10월1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온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당신의 리더십은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신약성서 마태복음(5장 9절) 구절을 인용하며 "대통령님, 그게 바로 당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신은 자신이 천국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언론에 말했다"며 "당신의 영혼이 하나님의 임재 안에서 안전하며 영원을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파트너라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복음주의 세력은 낙태 반대, 동성혼 반대, 종교 자유 확대 등 보수적 가치를 핵심 의제로 삼고 있으며, 트럼프는 이러한 요구를 반영한 정책과 메시지를 내며 그들의 강한 지지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