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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대표 고발 프로그램으로 꼽혀온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연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 사과를 요구하자 SBS 노조는 사실상 ‘언론 탄압’이라 맞섰다. 이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고 SBS 쪽에 언론의 책임을 물었다. 

[허프 생각] 이 대통령 지적에 SBS 노조는 반발 : 누가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는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발언 중인 이재명 대통령(왼쪽), SBS 건물.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오전 자신의 SNS에 2022년 대선 과정에서 제기된 조폭 연루설이 검찰과 경찰의 회유, 그리고 언론의 합작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다시 한 번 SBS를 겨냥했다. 그는 “스토리 라인이 워낙 부실해 쓰다 만 소설 같다”며 “출연진 연기가 조금만 리얼했어도...”라고 적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SNS를 통해 과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자신과 조직폭력배의 연루설을 다룬 방송에 대해 사실상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그알’ 제작진은 다음 날인 21일,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제기한 점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SBS는 관련 기사를 SNS에 공유하는 과정에서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살인’ 해시태그를 달아 또 한 번 비판을 자초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단순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인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SBS 노조는 정부의 사과 요구를 두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20일 "'그알'은 장 변호사의 주장을 인용 보도한 것이 아니라 그보다 3년 전, '파타야 살인사건'의 피해자와 재판 기록 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들을 확인해 보도한 것"이라며 "이는 언론의 고유한 기능인 공적 인물에 대한 검증으로 장 변호사의 주장과는 시기도 내용도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이는 지지자들을 향해 '조리돌림 할 대상이 여기 있노라'하며 좌표를 찍으려 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민주주의 필수 불가결인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이 대통령의 SNS 행보를 강력히 규탄하며 반민주적인 언론 길들이기를 중단하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조폭 연루설’은 2018년 ‘그알’이 성남 지역 국제 마피아 출신 사업가와 이 대통령 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문제의 사업가와 여러 차례 업무협약을 맺고 기부 등을 받았는데, 그 전인 2007년에는 조직폭력배를 변호하기도 했다는 것이 조폭 연루설 의혹의 대략적인 얼개이다. 더욱이 방송은 부패한 시장이 최종 빌런으로 나오는 영화 ‘아수라’와 이 대통령의 얼굴을 함께 배치해 편집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수사에 착수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2018년 11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 역시 같은 해 12월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특히 지난 12일 대법원은 2021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통령이 국제마피아파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고 주장했던 장영하 변호사에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를 적용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최종 확정했다. 경찰, 검찰에 이어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당시 제기된 의혹들이 모두 허위임이 확증된 셈이다.

SBS 측이 이번 사안을 두고 침묵으로 일관할지, 다시 한 번 사과에 나설지, 혹은 또다시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을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방송사의 대응 문제를 넘어 오늘날 언론 보도의 책임과 한계를 다시금 깊이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라는 점이다.

[허프 생각] 이 대통령 지적에 SBS 노조는 반발 : 누가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는가
27일 이재명 대통령이 '조폭연루설' 관련 '그것이 알고싶다' 보도에 관해 게시글을 올렸다. ⓒX

한국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는 단순히 제도적으로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 독재정권의 오랜 통제와 억압의 역사를 지나 시민사회와 함께 어렵게 쟁취해낸 가치다. 이승만 정부 시절부터 유신 정권, 그리고 1980년대 후반 민주화 이전까지 한국 현대사의 상당 기간 동안 언론은 정권의 입맛에 따라 통제돼 왔다. 그런 역사적 경험을 떠올리면, 권력이 언론 보도에 직접 개입하거나 사과를 요구하는 장면에 경계심이 작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문제는 오늘날 어느 누구도 언론을 무조건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존재’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언론 환경도 완전히 변했다. SNS와 유튜브, 각종 플랫폼의 발달로 정보 생산과 유통의 권한은 더 이상 전통 언론사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누그든 인터넷 언론사를 차려 보도하고, 의제를 만들고,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대다. 일종의 ‘리좀형 미디어 구조’(중심이 하나인 미디어 구조가 아니라, 여러 정보 생산자와 유통 경로가 사방으로 연결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수많은 정보가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간다. 이는 언론계의 독점구조가 깨져 ‘민주화’가 이뤄진 것이지만, 속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정보의 투명성이나 공익성보다 클릭 수와 조회수, 광고 수익이 우선되는 구조가 강해졌고, 그 결과 더 자극적이고 더 극단적이며 때로는 사실 확인조차 되지 않은 내용이 ‘기사’ 혹은 ‘콘텐트’라는 이름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그 끝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부르는 ‘가짜뉴스’다.

가짜뉴스의 패해는 심각하다. 개인의 삶을 짖밟을 뿐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는 민주주의를 갉아먹는다. 현행법상 허위, 불법 정보 유포를 규제할 수 있는 조항도 있지만 가짜뉴스는 여전히 유령처럼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허프 생각] 이 대통령 지적에 SBS 노조는 반발 : 누가 가짜뉴스와 싸워야 하는가
연예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왼쪽), 유튜브 채널 '가세연' 대표 김세의. ⓒ연합뉴스

실제 ‘가짜뉴스’는 그 개념 자체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이를 성급히 넓게 규정하면 정상적인 비판이나 풍자, 정치적 논쟁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탈덕수용소’, ‘구제역’ 등과 같이 사회적 파장이 매우 커지거나, 누군가의 명예나 생계 혹은 생명이 위험에 처한 뒤에야 뒤늦게 문제를 삼을 뿐이다. 이를테면 심각한 피해가 확인된 뒤에야 법적 대응이 겨우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가짜뉴스의 패해를 막는 1차 저지선은 법과 제도 이전에 언론인과 콘텐트 생산자의 ‘직업 윤리’가 될 수밖에 없다.

언론은 오래전부터 다른 집단의 특권 의식과 폐쇄성을 비판해왔다. 의료계를 비판했고, 정치검찰의 특권을 견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성 언론계는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이번 조폭 연루 보도도 '공인을 검증한다'는 명분으로 결국 한 개인을 악마화하는 데 앞장선 결과를 낳았다. 

정치권의 개입은 곧바로 언론 탄압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고, 법적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맞이하기 쉽다. 또한 언론이 언론을 비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결국 남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윤리와 책임 의식뿐이다. 즉 언론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언론은 더 높은 수준의 자기 검증과 자정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우리 사회를 갉아먹는 가짜뉴스에 제일 앞장서 싸워야 한다. 각종 팩트체크 보도를 강화해야 한다. 진실보도가 언론의 원래 사명 아닌가. 그런데 가짜뉴스과 싸우기는커녕 ‘언론 자유’라는 이름 뒤에 숨어 스스로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남에게 엄격하기 전에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한국 언론이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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