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항소심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두고 여권에서는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여론조사 제공을 매개로 정치인에게 접근해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명태균식 로비'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후원자가 공개 계좌로 비용을 내고 당사자가 정치적 대가성을 부인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 않냐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항소심 선고일인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벌금 1천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이 선고됐는데 무죄로 뒤집힌 이유는 재판부가 핵심적 증거인 명태균 씨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오 시장과 강철원 전 부시장이 명씨와 여러 차례 만났고 후원자 김한정씨가 돈을 지급한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돼 유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지 않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는 명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의 판단 가운데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은 후원자인 김씨가 계좌이체 등 공개적으로 확인 가능한 방식으로 송금한 점이 불법 정치자금 거래로 보기에는 이례적이라 불법적 정치자금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후보자 측이 사적으로 필요한 여론조사 등 정치활동 비용을 후원자나 제3자에게 떠넘기고, 공개적 방식으로 비용을 대납한 뒤 나중에 문제가 불거졌을 때 "나는 지시한 적이 없다", "기억에 없다", 혹은 "상대방의 일방적 주장이다"라며 발뺌하는 것만으로 처벌을 피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오세훈의 선거를 위해 여론조사가 이뤄졌고, 오세훈의 부시장이 조사에 관여하고 결과를 전달받았으며 비용은 오세훈의 후원인으로 불리는 김한정이 대신 냈다"며 "그런데 판결에 따르면 정작 책임질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판결로 앞으로는 걸리지만 않으면, '약속은 없었다'라고 잡아떼면 수천만 원, 수억 원의 여론조사 비용을 남이 대줘도 문제없는 일이 됐는데 이게 맞나"고 꼬집었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계좌로 돈을 보내면 불법적인 거래가 아닌 것인가"라며 "돈을 어떻게 보냈느냐보다 누구를 위해, 무슨 목적으로 지급했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재판부 판결에 논리적 허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회의원이 법률상 정해진 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이나 회사로부터 정치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직접 지원받았다면, 그 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더라도 정치자금부정수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핵심적 판단기준 가운데 하나는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이 정치활동을 위하여 제공된 것인지 여부다.
이번 오 시장의 항소심 무죄 판결은 자칫 "관련자 입만 맞추면 우회적인 비용 대납은 무죄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험한 시그널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돈의 흐름이 투명했다는 점이 오히려 무죄의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브로커와 후원자만 끼우면 되는, 여론조사라는 이름의 합법적 뇌물 통로를 열어줘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