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은 2026년 1월 스위스에서 만나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놓고 의견을 나눴고 이후 HD현대그룹과 테라파워는 소형모듈원전(SMR) 핵심설비 제작을 놓고 협력관계를 맺으며 파트너십을 강화해 왔다.
테라파워가 2035년까지 최대 8기의 SMR 건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HD현대그룹의 글로벌 사업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의 에너지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오늘쪽)이 2026년 1월 스위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빌 게이츠 테라파워 창업자 겸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인스타그램 갈무리
지주사 HD현대는 8월14일 서울에서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 그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CEO),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만났다고 밝혔다.
이는 자회사 HD현대중공업과 테라파워, 현대건설이 5월 차세대 나트륨 원자로 사업협력을 위해 3자 업무협약을 맺은 뒤 각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회동하는 첫 자리다.
정 회장이 게이츠 회장과 만난 것은 7개월 만이다. 정 회장은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2026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게이츠 회장과 만나 포럼의 핵심 주제인 에너지전환을 포함해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여러 의견을 나눴다. 정 회장은 1년 전인 2025년 8월 게이츠 회장의 방한 때도 테라파워 경영진과 함께 회동했다.
이번 자리에서 정 회장과 게이츠 회장 등은 업무협약 뒤 진전된 사항을 바탕으로 육상 원자로의 상용화를 위한 다각도의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정 회장은 “기술, 제조, 설계·조달·시공(EPC)을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의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자체적 기술개발과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그룹은 테라파워와 협력을 바탕으로 미국 SMR 시장 선점에 힘쓴다는 방침을 세웠다.
HD현대에 따르면 미국은 95GW(기가와트) 규모의 세계 최대 원전 시장으로 세계의 25%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원전 설비 상당수가 1970년대 가동을 시작해 노후화한 만큼 앞으로 노후 원전 교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미국 내 데이터센터 등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도 원자력 발전에 관한 수요를 높이는 요소다.
HD현대중공업과 테라파워, 현대건설은 5월 업무협약에서 테라파워의 ‘나트륨 원자로’ 상용화에서 구체적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테라파워가 나트륨 기술 제공을, HD현대중공업은 주기기 제조를, 현대건설은 EPC를 담당하는 구조다. 구체적으로 HD현대는 테라파워에 주요 기자재인 원자로 용기를 공급한다.
나트륨 원자로는 테라파워에서 개발한 4세대 소듐냉각고속로다. 고속 중성자를 핵분열시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소듐)으로 냉각해 전기를 생산한다. SMR 가운데 안정성과 기술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되며 기존 원자로와 비교해 핵폐기물 용량이 40%가량 적은 것이 특징이다.
테라파워는 2024년 6월 부지 착공 및 비원자력 지원 시설 건설에 착수한 뒤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첫 SMR을 짓고 있다. 테라파워는 1월 메타와 계약을 맺고 추가로 미국에 SMR을 최대 8기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테라파워는 HD현대그룹 등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5월 업무협약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은 제조 능력, 대규모 산업 생산 전문성, 에너지 부문 정밀 제조 분야에서의 검증된 실적을 갖추고 있다”며 “철저한 검토를 거쳐 전략적 제조 파트너로 (HD현대중공업을)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HD현대는 “그동안 공급망 협력 범위를 구체화해 왔다”며 “앞으로 원자로 용기를 연간 2~3기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상용화에 앞서 선제적으로 생산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