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2025년 테슬라 보수가 회사 중위 노동자의 연간 보수보다 252만 배로 높게 나타났다. CEO와 노동자 사이의 보수 격차가 얼마나 벌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최대 노동조합 연맹인 미국노동총연맹-산별회의(AFL-CIO)는 이날 ‘경영진 보수 감시 보고서(Executive Paywatch)’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머스크는 2025년 테슬라 중위 노동자가 1년 동안 받는 보수에 해당하는 금액을 4.23초마다 벌어들인 것으로 계산됐다. AFL-CIO는 이를 두고 “이 문장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도 짧다”고 꼬집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머스크의 보수는 그가 2025년에 현금으로 실제 챙긴 돈을 뜻하지 않는다. AFL-CIO가 집계한 머스크의 총보수는 약 1583억 달러(약 220조 원)로, 주식 보상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보고서는 이를 테슬라 중위 노동자의 보수와 비교했다.
머스크만 유별나게 높은 보수를 받은 것도 아니다. 머스크의 보수를 제외한 S&P500 기업 CEO들의 2025년 평균 보수는 2280만 달러(약 317억 원)였다. 2024년 1890만 달러(약 263억 원)에서 약 21% 증가했다.
CEO와 노동자 사이의 격차도 더 벌어졌다. 머스크를 제외한 S&P500 기업의 CEO와노동자 간 평균 보수 격차는 2024년 285대 1에서 2025년 312대 1로 커졌다.
머스크까지 포함하면 격차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5387대 1이다. 머스크의 막대한 보수가 전체 수치를 크게 끌어올린 결과다. 머스크를 포함한 S&P500 CEO들의 평균 보수는 3억4010만 달러(약 4740억 원)에 달했다.
AFL-CIO는 “S&P500 CEO 가운데 대다수는 미국 중위 노동자가 1년 동안 버는 돈보다 많은 돈을 하루 만에 벌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CEO 보수가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노동자들의 몫을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AFL-CIO는 주장했다.
문제는 CEO들의 지갑만 두꺼워진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보고서는 미국 전체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인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숫자도 잇따랐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3%는 은퇴 저축이 전혀 없었고, 37%는 갑자기 400달러(약 56만 원)가 필요해도 이를 감당할 충분한 돈이 없었다. 또 26%는 비용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포기한 적이 있었으며, 미국 임차인의 23%는 지난 1년 동안 월세를 연체했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득도 함께 들여다봤다. AFL-CIO는 연방정부 공개 자료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의 2025년 소득을 22억 달러(약 3조 원)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보다 약 254% 증가한 규모로, 가상자산 관련 사업 등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중위 노동자가 같은 돈을 벌려면 4만3154년이 걸린다는 게 보고서의 계산이다.
AFL-CIO의 프레드 레드먼드 사무총장 겸 재무담당관은 가디언에 이를 두고 “우리가 살아오면서 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사익 추구이며, 어쩌면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EO와 트럼프 행정부가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자신들의 부를 늘리도록 미국 경제를 어떻게 왜곡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