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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도르(Parador)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을까?     

[호텔리어 조정욱의 컨시어지 노트] 오래된 호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 : '역사'를 품은 스테이
스페인 국영 호텔 '톨레도 파라도르'로 들어가는 남성. AI 이미지.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 중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 외에는 잘 알지 못할 것 같은데 파라도르는 스페인 각 도시의 고성(古城), 궁전, 저택, 수도원, 요새 등 오래되고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을 관광 숙소로 개조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호텔의 이름이다.     
                                        
내가 처음 이 파라도르를 접한 것은 오래 전 지역전문가로 스페인에서 근무할 당시 지역 조사 과제가 바로 '스페인의 관광산업'이었고 그 레포트의 주요한 조사대상이 바로 파라도르라는 국영호텔이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그 인연이었는지는 몰라도 그 이후 다니던 보험회사를 떠나 호텔에서 내 경력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우연한 인연이면서 필연이겠다 싶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오래된 역사가 있거나 또는 아주 인상적인 스토리가 있는 호텔들이 드문데 스페인의 파라도르는 그 자체가 역사이자 지역의 의미가 온전히 담겨 있는 호텔이라고 할 수 있다.
               
파라도르라는 말의 어원 자체가 '어디를 가다가 쉬다'(휴식처)라는 의미이므로 분명 우리의 주막이나 과거 조선시대 지방을 오가던 관리들에게 숙식과 말을 제공하던 역원(역참)과 비슷한 의미일 것이다.
               
스페인의 파라도르는 지난 1910년 스페인 정부가 목적으로 가지고 관광 숙소를 개발한데서 유래한다고 하며, 민간 자본의 손길이 미지치 못하는 뛰어난 자연경관이나 다양한 문화, 역사적 자원을 가진 곳에 국영 숙박 모델로 개발되었다.
                                                  
파라도르 운영 관계자는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많은 성(城)과 수도원, 역사적 건물들이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을 막았을 뿐 아니라 스페인의 덜 알려진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해 여행자를 오게 하고 이를 통해 스페인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경제활동을 창출하는 문화적 연결의 주체라고 설명한다. 

지금은 약 97개 정도의 파라도르 호텔이 있다고 하며 많은 관광객들이 여행의 목적 뿐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에 있는 파라도르 데 그라나다 라든가 고대 켈트족이 절벽위에 세운 마을로부터 로마의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 장군과 율리우스 카이사르 그리고 중세 무슬림의 지배, 근대 투우의 발상지라는 론다 지방에 있는 파라도르 데 론다 같은 곳은 파라도르 호텔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곧 역사 경험이자 여행의 감동이라고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도 삼십년 전 스페인 톨레도를 방문했을 때 야간에 바라보았던 톨레도 파라도르의 야경을 잊지 못한다.
          
그 풍경에는 무려 천년간 스페인의 수도였던 톨레도의 역사가 담겨 있었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흥망성쇠 그리고 스페인의 거장 화가 엘그레코의 숨결이 담겨져 있었다.
                    
스페인의 파라도르를 떠올리면서 다시 우리나라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도 이제는 관광사업의 도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는 장소를 찾아 숙소화(호텔로 전환)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은 작년에 42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00만명 정도이니 아직 그 차이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내 기억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십수년전에는 각각 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 2010년 한국방문객이 880만명이고 일본을 찾은 외국 관광객이 860만명이었다. 

이렇게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추려보면 크게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지역관광의 활성화가 덜 된 것, 그리고 지방 공항의 활용도가 떨어져(즉, 취항 항공사가 적은 것) 관광객이 오지 못하는 것 이 두가지가 아닐 까 싶다.

결국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까지 확대하는 것만이 가장 좋은 우리나라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각 지방의 역사적인 장소를 찾아 좋은 호텔로 컨텐츠화 하고 지방에도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타고 내릴 수 있는 항공 엑세스의 확대가 이루어 진다면 우리나라도 외국인 관광객 3천 만 시대를 빨리 열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내가 몸담고 있는 호텔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민간자본으로 건립한 호텔이고 올해로 71년의 역사를 가진 오래된 호텔이다.
                                        
게다가 호텔 옆에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유일의 호텔 박물관이 있어 우리나라 근대 호텔의 발자취도 볼 수 있다.
                                        
다른 곳에서는 볼수 없는 1960년대와 1970년대 호텔에서 사용하던 식기와 직원 명찰, 유니폼 등 그 시절의 역사와 실상을 볼 수 있고 박물관 옥상에는 남산 전망을 바라보며 향이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오래된 호텔 투숙이 단순한 숙박을 넘어 역사를 경험하고 여행을 의미있게 해줄 수 있다면 이것이 어쩌면 우리 인생을 더욱 더 감동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글쓴이 조정욱은 앰배서더서울풀만 대표이사다. 25년차 호텔리어로, 삼성생명에서 해외 투자 기획 업무를 거쳐 신라호텔에서 서울·제주 총지배인과 호텔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 한국 최초의 민영 호텔 '금수장'에 뿌리를 둔 앰배서더서울풀만의 전관 리모델링 재개관과 함께 대표이사로 취임해 중식당 '호빈'의 미쉐린 가이드 2년 연속 수록 등 주목할 성과를 이끌어냈다. 365일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호텔에서 일해온 사람의 시선으로, 호텔을 조금 더 잘 즐기는 법을 이야기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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