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이 음료 자회사인 ‘해태htb’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매각대금을 활용해 새로운 뷰티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2025년부터 추진해 온 해태htb 매각은 그 진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은 매각 추진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뷰티 사업 투자 재원을 확보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LG생활건강 본사 LG서울역빌딩 ⓒ 연합뉴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풍문 또는 보도에 관한 해명’ 공시를 통해 “음료 자회사인 해태htb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코카콜라음료 매각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못박았다.
이번 공시는 2025년 8월 LG생활건강의 사업 재편과 관련해 보도한 언론기사에 대해 업데이트한 해명을 재공시한 것이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회사 구조조정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2025년 8월부터 해태htb 매각을 추진해 왔다.
해태htb는 LG생활건강 음료 사업 부문에서 ‘코카콜라음료’와 함께 양대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자회사다. 옛 해태음료를 2011년 인수해 사명을 바꿨고, 현재 LG생활건강이 지분 100%를 들고 있다. ‘갈아만든배’, ‘포도봉봉’, ‘코코팜’, ‘써니텐’, ‘강원평창수’ 등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LG생활건강은 매각 협상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를 운영하는 앤하우스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가격 조건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최종 무산됐다.
해태htb의 적정 기업가치는 약 4천억 원으로 평가된다. 실제 해태htb의 2025년 말 기준 자산총액도 부채 1357억 원, 자본 2649억 원 등 4006억 원에 달한다. LG생활건강은 매각대금으로 최소 3천억 원대를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해태htb의 실적이 최근 2년 연속 하락하는 등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해태htb는 2024년 전년보다 각각 1.33%, 73.68% 하락한 매출액 4140억 원, 영업이익 36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2025년에는 매출액 3742억 원, 영업손실 102억 원으로 2024년에 견줘 매출액은 9.61%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전환했다. 소비 위축 등 시장 상황과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LG생활건강은 본업인 화장품 사업 부문의 부진을 타개하고 사업구조를 재편하고자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가능성 있는 스킨케어 브랜드를 인수하는 등 회사 체질 개선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좋은 조건에 해태htb를 인수할 원매자를 다시 발굴해 매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것이 이선주 사장에게 닥친 당면과제가 됐다.
다만 LG생활건강은 또 다른 음료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의 매각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업계에서도 코카콜라음료와 해태htb는 무게감이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다.
코카콜라음료는 글로벌 브랜드인 코카콜라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고,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사업이 흔들릴 때도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던 핵심 캐시카우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5년 LG생활건강의 연결 영업이익과 순손익이 각각 1707억 원, 마이너스 858억 원에 그쳤을 때도 코카콜라음료는 영업이익 1523억 원, 순이익 1177억 원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이 최근의 실적 부진에도 여전히 1조 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코카콜라음료 매각에 적극적이지 않을 근거가 된다. 2025년 말 기준 LG생활건강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863억 원이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음료는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해태htb는 외부에 매각해 투자를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투트랙’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해태htb의 상황에 대한 허프포스트의 질문에 “해태htb의 장기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 ⓒ LG생활건강
◆ 이선주의 포트폴리오 재편 과제
이선주 사장은 1월 신년사에서 2026년 핵심 과제로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과 수익성 구조 재조정을 제시한 바 있다. 수익성이 좋은 주력 브랜드에 집중하면서 비효율적인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고성장 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이 사장은 단기적으로 해태htb의 매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뷰티 사업에 재투자할 재원을 확보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해태htb를 원하는 가격대에 매각한다면 확보한 실탄으로 경쟁력 있는 뷰티 브랜드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더후’ 등 기존 럭셔리 브랜드 중심 포트폴리오를 극복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스킨케어나 뷰티테크 브랜드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사장은 2026년 들어 스킨케어 브랜드인 ‘토리든’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토리든은 수분·저자극 라인을 중심으로 올리브영 등 H&B 채널에서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다. 2025년 올리브영에서 매출액 1천억 원을 넘긴 ‘6대 브랜드’ 중 하나로 포함되기도 했다. 다만 가격 조건 등의 의견 차이가 커 협상이 결렬됐고, 5월 철수를 선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사장은 북미와 일본, 동남아 등 K-뷰티의 성장 속도가 빠른 해외시장의 온라인 및 현지 커머스 채널을 공략하는 데도 더욱 힘쓸 것으로 전망된다. 또 LG생활건강이 여전히 구조조정 국면에 있는 만큼 비핵심 브랜드 정리와 저수익 사업 매각 작업도 꾸준히 병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선주 대표는 1970년생으로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로레알코리아에 입사해 그룹커뮤니케이션 이사, 입생로랑·키엘 브랜드 총괄(상무), 컨슈머 및 메디컬 채널 비즈니스 총괄, 로레알USA 국제사업개발 담당 수석부사장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