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씨피엘비(CPLB)의 PB(자체브랜드) 상품 하도급 거래 관련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불과 닷새 전 쿠팡이츠의 600억 원 규모 상생안을 기각했던 공정위가 이번에는 30억 원 규모 지원책을 수용하면서 동의의결 판단 기준에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에서는 지원 규모 자체보다 위법행위에 대한 시정 의지와 거래질서 개선 효과가 승인 여부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쿠팡과 씨피엘비(CPLB)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에 따라 쿠팡은 사건 본안 심의 대신 30억 원 규모의 상생 지원 방안과 거래질서 개선 대책을 이행하게 됐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23일 쿠팡과 PB 상품 자회사 씨피엘비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 쿠팡은 3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 방안과 거래질서 개선 대책을 제시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여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하고 공정위가 이를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 신청이 기각되면 해당 절차는 종료되고, 사건은 과징금 산정과 제재 수위 결정 등 정식 심의 절차로 넘어간다.
이번 결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공정위가 불과 닷새 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동의의결 신청을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배민은 3천억 원, 쿠팡이츠는 600억 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특히 쿠팡이츠는 입점업체를 상대로 다른 배달 앱(애플리케이션)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요구했다는 이른바 '최혜대우 요구' 혐의와 관련해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미 시행 중인 정책이 포함돼 있거나 시정 방안이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아 시장 경쟁을 제한한 핵심 행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최혜대우 요구 사건은 수많은 입점업체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경쟁 질서와 직결된 사안이다. 공정위는 단순한 금전 지원보다 경쟁 제한 행위를 실제로 해소할 수 있는 시정 조치가 더 중요하다고 본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이번에 승인된 쿠팡·씨피엘비 사건은 PB상품 제조를 맡은 수급사업자와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서면 발급 의무 위반과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의혹이 핵심이다.
쿠팡은 앞으로 PB상품 출시 전 최소 생산요청수량(MOQ)과 리드타임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판촉행사 비용 분담 비율도 사전에 협의해 별도 합의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또한 상품 개발·생산 및 납품 비용 지원, 온라인 광고·판촉 지원, 해외 판로 개척 지원 등을 포함한 총 30억 원 규모의 상생 방안도 마련했다.
공정위는 거래질서 개선 및 재발 방지, 수급사업자 피해 구제, 예상 제재 수준과의 균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의의결안을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소 생산요청수량(MOQ)과 리드타임 명문화, 판촉비용 분담 기준 마련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긴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30억 원 규모의 상생 방안이 예상 과징금(6억~11억 원)의 3~5배 수준에 달한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공정위는 '얼마를 지원하느냐'보다 '무엇을 어떻게 고칠 것이냐'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는 같은 동의의결 제도라도 지원금 규모보다 위반 행위의 성격과 시장 영향력, 피해 구제 수준, 시정조치의 실효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결정은 2022년 하도급법에 동의의결 제도가 도입된 이후 부당한 하도급대금 결정 행위와 관련해 처음으로 동의의결이 확정된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