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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청년층 탈모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 확대를 추진 중이다.

현재 기본적인 검토를 끝내고, 7월 국민참여형 공론장인 행정안전부 주관 ‘모두의 토론회’에서 이 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프 생각] 탈모 치료 건강보험 적용 확대 전 중증질환자 먼저 돌아봐야 : '생명'이 우선순위 기준이다
탈모 환자와 중증질환자를 대비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챗지피티가 생성한 이미지 ⓒ AI

탈모는 원형탈모, 안드로겐성 탈모, 비흉터성 탈모, 흉터성 탈모 등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은 원형탈모뿐이다. 원형탈모는 의학적 원인(스트레스)에 의한 질환으로 인정된다. 

보건복지부는 탈모 증세가 있는 청년층이 사회활동이나 취업 준비 과정에서 심리적·사회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청년기본법상 청년에 해당하는 19~34세 국민을 대상으로 탈모치료제 급여 확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2025년 12월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요즘은 탈모를 미용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건강보험 적용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탈모치료 급여 적용 확대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로 볼 때나 재정 부담 측면에서 볼 때나 모두 중요성과 시급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 

◆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를 보면, 2025년 건강보험 총수입은 102조8585억 원, 총지출은 102조3589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적준비금은 당기수지 흑자 4996억 원 만큼 늘어난 30조2217억 원이다. 

비록 흑자를 냈지만 흑자 규모가 2021년 2조8천억 원 이후 5년간 급격하게 줄어드는 흐름이라는 것이 문제다. 2025년에도 지출증가율(5.1%)이 수입증가율(3.8%)보다 높았다. 이는 저성장의 고착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 확보 여력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으로도 간병비 건강보험, 상병수당 등 중장기적으로 재정 소요가 예상되는 과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 앞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와중에 탈모치료 급여가 확대되면 연간 수천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 투입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아 공개한 ‘탈모치료 관련 의약품 공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탈모치료제 공급액은 2568억 원에 달했다.

이 수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어, 2026년에는 1~4월 공급액만 865억 원이나 됐다. 2025년 한 해 탈모 관련 병원 진료비도 393억 원에 이르렀다. 

이 숫자로 볼 때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탈모치료 관련 비용은 3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본인부담률(30%)을 감안하면 탈모치료 급여 적용 확대 시 건강보험 부담이 2천억 원 안팎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잠재적 치료 수요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도 있다. 

◆ 급여 우선순위에서 앞설 수 없다

이와 같은 건강보험 재정 상황에서 추가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 아래 엄격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즉 급여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환자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건강보험의 기본 취지는 예기치 못한 질병과 고액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라며 “탈모 급여 확대는 건강보험의 근간인 의학적 필수성과 급여 우선순위를 정면으로 흔드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신약이 개발돼도 건강보험 급여 등재가 지연돼 수많은 중증 희귀난치질환 환자와 말기 암 환자들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포기하는 현실”을 얘기했다. 연합회는 “생명과 직결된 중증질환 치료제 급여화는 재정 부족을 이유로 미루면서 생명에 직접적인 지장이 없는 질환에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투입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한국혈액암협회와 간환우협회가 2025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비급여 신약으로 인해 항암 치료를 고민하거나 결정을 미룬 경험이 있다는 응답 비율이 66%나 됐다. 또 87%는 해외에서 이미 사용 중인 혁신 신약 항암제가 국내에선 비급여라는 이유로 쓰지 못해 심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환자단체들에 따르면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제외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임상적 유용성은 있으나 경제성 평가(비용 대비 효과성 입증)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비급여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다. 최신 표적항암제나 면역항암제 중 상당수가 이에 해당된다. 경제성 평가는 기존 치료법에 견줘 새로운 치료제가 그 비용을 정당화할 만큼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내는지 정량적으로 비교·분석하는 제도다.

두 번째는 ‘수술 후 유지요법’에 대해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경우다. 예컨대 암 수술을 통해 종양을 제거한 후 재발 방지를 위한 표준치료를 진행해야 하는데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1차 또는 2차 치료에 실패해야만 급여를 적용한다는 조건이 붙은 경우다. 즉 효과가 더 좋고 부작용이 적은 신약을 처음부터 쓰고 싶어도, 저렴하지만 부작용이 심한 구형 약을 먼저 써서 실패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환자단체들은 이같이 중증질환 치료제에 대한 급여 적용을 불합리하게 제외하는 사례부터 최소화해, 진짜 치료가 시급한 중증질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역시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와 중증질환에 재원을 우선 투입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기본 원칙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 생명권 vs 삶의 질

결국 이번 탈모치료 건강보험 급여 확대 논란은 ‘생명권’과 ‘삶의 질’ 중 어느 곳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고통’에 대한 감수성과 공감일 수 있다. 즉 급여 적용을 못 받는 중증질환자와 탈모 환자 중에 누구의 고통이 더 심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하나뿐인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존재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탈모로 힘들어하는 젊은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관계 측면에서의 생존의 문제’와 ‘실제 생명 그 자체의 문제’를 놓고 비교한다면 그 우선순위는 명확하지 않을까. 

정부가 탈모치료 급여 적용 확대 이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건강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지 섬세하게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탈모치료 급여화 추진에도 타당성이 부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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