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5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 안팎의 시선이 다시 호남으로 향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해 호남에서 확인한 당심을 지켜야 하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재명 정부 성공론을 앞세워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모양새다. 여기에 전남 고흥 출신 송영길 의원까지 가세했다. 요컨대 호남 승부는 정청래의 방어전, 김민석의 대세론, 송영길의 단일화 변수로 압축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앞줄 가운데)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앞줄 오른쪽)이 16일 전남 보성군 다비치콘도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정치권 동향을 종합하면 정 대표와 김 총리, 송 의원은 각각 당권 도전을 향한 호남 당원들에게 공을 들이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자 권리당원 3분의1가량이 몰린 최대 승부처인 만큼, 세 사람 모두 최근 연일 호남을 찾고 있다.
일단 여론조사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전국과 호남 지역에서 모두 앞서는 흐름도 나타났다.
천지일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29명을 대상으로 "차기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보느냐"고 물은 결과 김 총리는 19.0%를 기록해 정청래 대표 18.1%, 송영길 전 대표 9.8%를 앞섰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호남·제주 권역에서도 김 총리 31.8%, 송 전 대표 20.5%, 정 대표 11.6%로 집계됐다.
이번 전당대회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만큼, 호남 권리당원의 선택은 이전보다 더 직접적으로 당대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해 전당대회와 같이 대의원 포함 권리당원 투표 70%, 국민여론조사 30%를 합산해 당대표를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
역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호남 당심은 단순히 '호남 출신 인물'을 선택하지 않았다. 호남 당원들은 민주당의 정권 창출 가능성, 당내 주류성, 대선 경쟁력까지 함께 따지는 전략적 투표 성향을 보여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호남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2022년 당대표 경선에서 전북 76.81%, 광주 78.58%, 전남 79.02%를 얻고, 2024년 전당대회에서도 전북 84.79%, 광주 83.61%, 전남 82.48%를 기록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것도 호남 쪽에서 승리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025년 8월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로부터 받은 민주당 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대표에게 호남은 이미 한 차례 강한 지지를 확인한 지역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선거의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12만4657표(66.49%)를 얻어 박찬대 의원 6만2815표(33.51%)를 크게 앞섰다.
다만 정청래 대표의 호남 득표율은 호남이 특히 그를 지지했다기보다는, 지난해 전국적으로 나타난 정 대표 우세 흐름이 호남에서 확인된 결과에 가까웠다. 정 대표는 지난해 경기·인천 68.25%, 서울·강원·제주 67.45%, 영남 62.55%를 얻었다. 호남 66.49%는 높은 수치지만, 다른 권역보다 유독 더 높았던 것은 아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1인1표제는 정청래 대표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 대표는 그동안 당원 주권을 강조해왔고, 1인1표제 도입을 주도했다. 권리당원 비중이 커질수록 당원들에게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정 대표에게 유리한 구조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총리는 호남 출신은 아니지만, 이번 경쟁에서 정청래 대표를 위협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기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과 국정 운영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호남 당심이 정권 운영 능력과 차기 대권주자로의 잠재력을 중시해왔다는 점에서, 김 총리는 '이재명 정부를 성공시킬 최고 조력자'라는 프레임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당내 갈등에 따른 위기감이 커진다면 이재명 정부의 안정을 우선시하면서 그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다만 반대로 그에게 '뉴 이재명'을 둘러싼 갈등의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의원은 세 사람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 인물이다. 전남 고흥 출신이라는 점은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에게 없는 강점이다. 송 의원은 21일 KBC광주방송에 출연해 "정 대표가 나오면 제 출마 개연성이 훨씬 커지는 것"이라며 "정말 광주·전남, 특히 전라북도에서 호남의 민심이 송영길에게 소명을 부여하는지 여부를 좀 보고 싶다. 그런 흐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해서 제가 광주에서 지금 세 후보 중 1등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2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정 대표의 출마 여부를 두고 "본인에게 불출마를 권면도 해봤지만 본인이 죽어도 나온다는데 어떻게 하겠느냐"며 "송영길 전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는 저하고 두어 차례 만났다. 송 전 대표는 정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으면 자기는 출마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이어 "(송 전 대표가 말하길 본인이 출마하면) 3자 구도로 가서 특정 후보가 과반을 못 할 테니 결선까지 끌고 가 김 총리와 단일화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고도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RDD 10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9%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