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의 입장료가 내년부터 유료로 전환된다. ⓒ이재명 대통령 인스타그램 / 연합뉴스
2026년 3월 30일 기획예산처는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국립시설 이용료 현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간보다 사용료가 현저히 저렴하거나 환경 변화에도 오랜 기간 낮게 유지된 부담금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함으로써 수익자 부담 및 이익 공유 등 공정한 재정원칙을 확립하겠다는 방침. 기획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경복궁, 덕수궁 등 4대 고궁과 조선왕릉과 같이 입장료가 무료이거나 매우 낮은 가격에 개방되는 여러 국립시설 입장료를 큰 폭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수익자 재정부담 원칙의 대표적 사례가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 전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람객들이 일정액을 내고 양질의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내년 예산 편성에서 유료화로 전환할 계획”이라 덧붙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곳곳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는이재명 대통령이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귀하게 느낄 필요도 조금 있는 것 같다”라고 했고,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점과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침은 주요국의 국립 유적 입장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요금을 현실화해 시설 관리와 전시 품질을 높인다는 취지다. 박성주 기획처 문화관광체육예산과장은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라는 기본 방향은 정해졌고, 관계부처와 TF를 협의하고 있다”라며 “유료로 전환해 관광문화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등의 플러스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료 관람의 상징이자 ‘대영박물관’으로 알려진 영국 박물관도 최근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의 구체적인 입장료는 아직 논의 단계이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 박물관의 입장료를 토대로 성인 기준 최소 5,000원에서 1만 원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의 입장료는 1,000엔(한화 약 9,500원) 수준, 전 세계 최대 관람객이 모여드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일반 입장료는 22유로(3만 8,000원), 두 번째로 방문객 수가 많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일반 입장료는 20유로(3만 4,000원)로 책정돼 있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성인 기준 30달러(약 4만 5,000원)를 지불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고궁과 왕릉 등 국립시설의 입장료도 현행 요금보다 2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인(만 25세~64세) 및 외국인(만 19세~64세) 기준 현재 경복궁의 입장료는 3,000원, 덕수궁과 조선왕릉은 1,000원이다. 개관 당시 유료였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국민 문화 향유 증진이라는 목적하에 완전 무료로 전환됐는데 무료 전환 직전 입장료는 상설 전시 기준 2,000원이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해 6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에 힘입어 전 세계 곳곳으로 K-컬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특히 ‘국중박’의 굿즈(기념품)인 뮷즈(MU:DS)는 해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쇼핑템으로 자리 잡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400억 원을 돌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박물관 방문객이 적정 수용 인원을 초과했지만 관리 인력과 예산 형편은 그보다 한참 뒤처졌기 때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 수는 지난해 역대 최대인 600만 명을 넘겼으나 “수년째 상설 전시에 변화가 없다”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