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면세업계가 가격 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소비자 체감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내부 환율 기준인 ‘기준환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신세계면세점이 올해 3월 새단장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내 까르띠에 부티크. ⓒ신세계면세점
25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면세점은 24일부터, 신라·현대면세점은 이날부터 국산 브랜드 제품의 달러 판매가 산정에 적용하는 기준환율을 기존 1400원에서 1450원으로 50원 인상했다. 지난해 11월 13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뒤 약 4개월 만이다.
기준환율은 면세점이 상품 가격을 원화에서 달러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내부 기준이다. 원화 가격을 기준환율로 나눠 달러 판매가를 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기준환율이 높아질수록 달러 기준 가격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업계에서는 기준환율을 50원 올릴 경우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약 3~4%가량 인하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조치는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드는 등 고환율 부담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25일 장중 1500원대에 근접하며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23일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17.3원까지 상승했다.
면세업 특성상 상품을 달러로 매입해 원화 기준으로 판매하는 구조인 만큼 환율 상승은 곧바로 원가 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면세점 가격은 달러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가격 인상 폭이 더 크게 체감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면세점 가격이 백화점보다 높아지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며, 면세점이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도 확산된 상황이다. 이는 객단가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황이 회복 흐름을 보이던 상황이어서 면세점 업체들의 부담은 더 크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면세점 매출은 1조708억 원으로 전년보다 12.2% 증가했으며, 외국인 방문객 수도 26.8% 늘어나며 회복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다만 회복 국면에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면세점 업체들은 기준환율 조정을 통해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구매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고환율로 약화된 가격 메리트를 회복하기 위해 달러 기준 가격을 낮추려는 의도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외국인 수요를 유지하기 위해 환율 부담을 일부 흡수하더라도 구매 전환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이번 조치가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달러로 직접 매입하는 수입 브랜드 제품의 경우 환율 상승 부담을 그대로 떠안아야 해 마진 축소가 불가피하다. 판매 가격을 낮춰 수요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매입 가격이 조정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는 수익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기준환율 조정과 프로모션 등을 병행해 가격 경쟁력을 방어하고 있다”며 “외국인 고객 유입 흐름을 이어가기 위한 대응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