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총리급)에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교수는 과거 성추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전력을 포함해 우리 사회의 보편적 상식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극언들을 쏟아냈던 인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연합뉴스
보수 색채가 짙은 이 교수를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기구의 부위원장에 앉힌 것을 두고 정부는 ‘통합’을 위한 파격 인선이라 자평한다. 실제 이 교수는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 책사'로 불렸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이 교수와 관련된 논란에 대해 “사인으로서의 발언이었고 법률적 결격 사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익표 정무수석도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12·3 비상계엄과 내란 과정에서 동조했거나 찬성했던 사람, 탄핵에 반대했던 사람들을 제외한 전체적인 사회통합 정도로 보면 어떨까”라며 엄호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단순히 ‘법적 하자 없음’이나 ‘진영 간 섞기’라는 명분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어 보인다. 이 교수의 과거 발언은 정치적 견해 차이를 넘어 공동체가 지켜온 최소한의 도덕적 마지노선을 허무는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참사 추모를 두고 “이 사회의 천박함의 상징”이라 비하했다. 2019년 일본 정부의 경제보복 국면에서는 “친일은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인종차별자, 파시스트, 테러리스트 등으로 규정했다.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 참사의 의미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재난 상황 속에서 국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목숨을 잃은 학생들 앞에 국민들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처절하게 물었다.
그런데 유가족의 눈물을 ‘천박함’으로 치부하는 가치관이, 어떻게 약자의 억울함을 풀고 강자의 횡포를 누르는 '억강부양' 정치를 통한 '대동세상'을 꿈꾼다는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공존할 수 있는가. 국민의 정당한 분노를 ‘정신병’으로 몰아붙이는 인사가 어떻게 국민의 삶을 바꾸는 규제 개혁의 적임자가 될 수 있는가.
어쩌면 이번 인선은 비명(비이재명)계의 상징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 발탁과 함께 묶여 ‘통합’이라는 화려한 포장지로 덧씌워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합리적 쇄신의 이미지인 박용진이라는 '방패' 뒤에 반인륜적 극언을 일삼은 이병태라는 '독배'를 숨긴다고 해서 그 독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보와 보수를 아울렀다는 외피는 이 교수의 자격 미달 사유를 은폐해주는 비겁한 알리바이가 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와 12·3 내란 1주년 메시지에서 줄곧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해 왔다. 정의로운 통합은 묻지마 식 ‘섞기’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와 ‘민주적 가치’라는 단단한 토양 위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국민적 상처를 조롱하고 민주주의적 예의를 저버린 인사를 총리급 자리에 앉히는 것은 대통령이 경계했던 '나쁜 의미의 봉합'이자, 도덕적 가치를 기술적 전문성과 맞바꾼 위험한 거래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