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HD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합작법인 'H&L어드밴스드'를 출범하며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 재편에 본격적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중국발 석유화학 공급과잉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재점화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이라는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의 체질 개선 작업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통합 법인 출범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지 하루 만에, 유가 상승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9월2일 석유화학업계와 미국 중부사령부 엑스(X·과거 트위터)를 종합하면 롯데케미칼이 1일 HD현대오일뱅크와 각각 50%의 지분을 나눠가진 H&L어드밴스드를 출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선지 하루 만에, 유가는 미국-이란 전쟁 재점화 우려로 강세를 보였다.
H&L어드밴스드는 HD현대케미칼이 롯데케미칼의 충청남도 서산 대산 사업장(롯데대산석화)을 흡수 합병한 뒤 사명을 변경해 탄생한 석유화학 기업이다.
H&L어드밴스드는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앞으로 3년 동안 롯데대산석화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가동을 중단하고 수익성이 낮은 범용 설비 가동을 줄일 계획을 세웠다. 또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기초유분 대신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 사업 구성을 추진한다.
기초유분은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물질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이 있다. 기초유분은 주로 NCC에서 나프타를 분해해 만들어지고, 나프타는 원유를 증류해 만들어진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는 H&L어드밴스드의 공동 대주주로서 각각 6천억 원씩 총 1조2천억 원의 출자도 진행한다.
한국신용평가는 9월1일 이번 출범에 관한 보고서에서 "H&L어드밴스드는 중국발 대규모 증설 등 비우호적 수급 여건이 지속돼 단기간에 수익성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통합 이후에도 기초유분·폴리머 등 경기 및 수급 변동에 민감한 범용제품 비중이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롯데케미칼에 관해서도 "중국 중심의 증설 부담이 지속됨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수익성 하방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의 이번 H&L어드밴스드 출범은 정부 주도 아래 이뤄지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이영준 사장은 산업통상부가 2025년 8월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로드맵'에 따라 사업 재편을 진행해왔다. 이에 충남 서산 대산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HD현대케미칼과, 전남 여수에서는 여천NCC·한화솔루션·DL케미칼과 함께 통합 법인 설립을 추진해왔다.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의 통합 법인은 롯데케미칼이 여수 공장의 NCC와 기초소재 사업을 물적분할하고,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보유하고 있는 다운스트림 사업 부문을 현물출자해 여천NCC와 합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롯데케미칼은 이번 대산 H&L어드밴스드 출범에 이어 여수에서도 사업 재편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발 공급과잉 이슈에 맞춰 재편을 빠르게 완료하고,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석유화학 기업들과 합종연횡하는 배경에는 중국발 에틸렌 공급과잉이 있다. 중국은 2020년대 들어 에틸렌 자급률 개선을 목표로 생산 설비를 늘려왔다. 이에 중국의 에틸렌 생산 능력은 2022년 연간 4600만 톤에서 2027년 7200만 톤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에스엔피글로벌(S&P Global)은 2026년 1월 화학 산업 분석 보고서에서 이런 흐름을 고려해 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과잉은 2026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중국의 에틸렌 설비 증설은 2028년은 돼야 눈에 띄는 둔화를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와 별개로 원유 가격 하락 시 석유화학 기업의 수익성은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원유 가격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9월2일 미국 중부사령부가 엑스(X·과거 트위터)에 이란 내 이슬람혁명수비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미국-이란 전쟁이 재점화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유가는 워낙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라 당장 예측을 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전쟁이 다시 시작돼 유가 상승·공급 차질로 나프타 가격이 오를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