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서 열린 K푸드 수출 상담회. 일본 바이어들의 발길을 멈춰 세운 먹거리가 있었다.
작은 떡 모양의 젤리를 매운 불닭볶음면 소스와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 낯선 조합이었다.
일본인 구매자가 지난 1일 도쿄에서 열린 ‘2026 도쿄 K-푸드페어’에서 불닭·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는 떡 모양 젤리를 시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6 도쿄 K푸드페어’는 K푸드의 일본 공략법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국내 식품·소비재 기업 78개사가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일본 바이어들은 김치·김·라면 같은 익숙한 K푸드보다 ‘왜 저렇게 먹지?’라는 호기심부터 자극하는 이색 제품에 주목했다.
우리식품이 선보인 ‘찍어 먹는 젤리’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과일맛 젤리가 주류를 이루지만 이 제품은 매운맛과 젤리를 결합했다. 익숙한 젤리에 불닭과 떡볶이라는 K푸드의 매운맛을 더하면서 전혀 다른 소비 방식을 만든 것이다.
이색 제품은 젤리에 그치지 않았다. 요구르트 맛 탄산음료와 큼지막한 과육이 들어간 소다 음료, 인기 캐릭터의 얼굴을 표현한 솜사탕도 관심을 받았다. 익숙한 제품에 새로운 맛과 형태, 비주얼을 더해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상품들이다.
간편함과 건강을 앞세운 제품들도 등장했다. 떡볶이·잡채·삼계탕 등 간편식과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냉동김밥, 냉동 감자빵과 고구마빵 등이 일본 시장을 겨냥했다. 호박차와 먹는 콜라겐, 콤부차 등 건강·미용 제품과 참외·포도·복숭아 등 신선식품까지 K푸드의 외연도 넓어지고 있다.
이번 행사에 등장한 제품들은 제각각이었지만 방향은 같았다. 김치와 라면처럼 이미 검증된 한국 대표 음식을 반복하기보다, 새로운 조합과 먹는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일본에서 K푸드가 더 이상 낯선 음식이 아니게 된 데서 출발한다. 과거에는 떡볶이가 어떤 음식인지부터 설명해야 했지만 이제 일본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어본 떡볶이와 맛을 비교하고 평가한다. 김치와 김, 라면, 떡볶이까지 이미 일본 소비자의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K푸드가 낯선 음식이던 시절에는 ‘한국 음식’이라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었다. 하지만 K푸드가 일본 소비자의 일상적인 선택지가 되면서 ‘한국 음식’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붙잡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다음 K푸드는 맛을 설명하기 전에 호기심을 만든다. 젤리를 매운 소스에 찍어 먹는 것처럼 예상하지 못한 조합과 비주얼, 먹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에게 “대체 어떤 맛일까”라는 궁금증을 먼저 던지는 방식이다.
이미 일본 소비자에게 익숙한 ‘불닭’과 ‘젤리’를 예상 밖으로 결합하는 것도 같은 전략이다. 새로운 음식 하나를 처음부터 설명하는 대신 소비자가 알고 있는 K푸드의 맛과 이미지를 새로운 경험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번 도쿄 K푸드페어가 보여준 변화는 분명하다. 김치와 라면으로 시작된 일본의 K푸드 열풍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 K푸드의 승부는 한국적 맛을 얼마나 더 강하게 보여주느냐보다 소비자가 얼마나 궁금해하고, 직접 경험해 보고 싶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